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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정폭력사범, 법원이 ‘보호처분 필요없다’ 결정해도 형사처벌 가능
-가정보호사건으로 법원 심리 받았어도 검찰 기소는 별개
-부인 폭행해 전치 2주 상해 입힌 40대 남편에 벌금 70만원 확정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법원이 가정폭력사범에게 ‘보호처분’을 내리지 않겠다고 결정했더라도 별도의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박모(47)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사부재리 원칙에서 말하는 ‘처벌은’ 형벌권 실행을 의미하는 것이고, 국가가 행하는 일체의 제재나 불이익 처분이 모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가정폭력처벌법에 규정된 조사나 심리는 검사의 관여 없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진행하는 절차로, 보호처분 결정에 형사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2012년 10월 부인 노모 씨와 부부싸움을 하다가 말다툼 끝에 상대를 밀쳐 넘어뜨리고, 머리를 치는 등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 씨는 마룻바닥에 이마를 부딪쳐 전치 2부 상해를 입었고, 남편을 고소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가정을 회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박 씨의 의견을 존중해 이 사건을 가정보호 사건으로 처리하고 서울가정법원에 넘겼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가정해체 우려가 있거나, 가족 구성원 처벌로 생계곤란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처벌 대신 법원이 접근금지 명령 등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건을 검토한 법원은 ‘박 씨에게 보호처분을 내릴 필요성이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노 씨는 2014년 박 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고, 이듬해에는 상해 등의 혐의로 박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이 사안을 벌금을 물리는 약식기소로 끝내려고 했지만, 박 씨는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미 한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법원으로부터 보호처분이 필요없다는 결정을 받았는데도 노 씨가 이혼소송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재차 고소를 했다는 주장이었다.
 
박 씨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검찰이 자신을 기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정폭력방지법은 법원의 보호처분을 받은 사람을 재차 처벌할 수 없는 규정을 뒀지만, ‘불처분’ 결정이 내려진 경우에는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박 씨에 대한 기소가 문제없다고 보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고, 항소심 결론도 같았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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