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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의 양식’ 얌체족 몸살①] 서점 책 필요한 부분만 ‘찰칵’…‘지식절도’입니다
-대형서점 곳곳 ‘도촬’…적발 힘들고 제지해도 ‘적반하장’
-사적이용 문제없어…저작권법 ‘친고죄’ 서점 권한 모호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1. 서울 한 대형서점에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비치된 도서를 펼친 채 연신 사진을 찍고 있는 한 남자 손님을 발견했다. 이에 A 씨는 해당 남성에게 다가가 사진 촬영을 하지 말아달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손님에게서 돌아온 반응은 “찍을 내용은 거의 다 찍었으니 기다려 달라”는 적반하장의 모습이었다. 이후에도 A 씨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마다 스마트폰 촬영을 계속 이어가던 손님은 A 씨가 수차례 저지하고서야 이 행동을 그만뒀다. 하지만, 해당 남성의 표정엔 불만이 가득했다는게 A 씨의 설명이다.

#2. 미술관련 학과 대학생인 B 씨는 가끔 대형 서점을 들러 전공 공부에 필요한 사진ㆍ그림 자료를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찍어가곤 한다. 해당 서적의 모든 부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치르고 구매하기엔 용돈과 아르바이트비로 생활하고 있는 B 씨에겐 너무 부담되기 때문이다. B 씨는 “개인적으로 공부하는데 활용할 뿐 인터넷 등에 업로드해 이익을 취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수입도서의 경우 대학생들이 선뜻 구매하기 힘들 정도의 고가인 경우가 많고,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하다보니 주변 친구들도 비슷한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했다.

[사진설명=서울시내 한 대형서점을 찾은 한 고객이 책을 구매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필요한 부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몇 년 간 나아지지 않는 경제 상황 탓에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책도둑’이 늘어나고 있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책을 통째로 훔쳐가거나 자신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찢은 후 숨겨가는 ‘절도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부분만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으로 찍어가는 ‘지식 절도’ 행위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5일 대형 서점 등 업계에 따르면 고객 독서용 탁자와 좌석 설치가 일반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구매하지 않고도 읽어볼 수 있다보니 자연스레 파생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높고 빽빽한 책장들 사이에서 책 내용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거나 필사하는 경우가 꽤 있지만, 서점 직원들이 이를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셔터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가 손님들께 상황을 설명하고 행동을 제지하지만, 무음카메라를 활용하는 경우엔 찾기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본지 기자가 서울 시내 대형서점 여러곳을 찾았을 때도 어김없이 책장들 사이에서 책을 펼친 채 사진촬영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책 내용을 사진으로 찍는 경우 이를 법적으로 제지하기란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저작권법 30조 ‘사적이용을위한복제’에 따르면 ‘공표된 저작물(책)을 영리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집)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한 경우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즉, 책을 베끼거나 촬영한 것을 혼자 사용한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규정돼 있다.

게다가 책을 구매하지 않고 도촬하는 사람들에 대해 서점이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권한도 마땅치 않은게 현실이다. 법률에선 저작권 침해 범죄를 친고죄로 정해두다보니 서점이 아닌 출판사나 저작자 등 저작권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에선 상습적으로 ‘지식 절도’에 나서다간 엄벌을 받은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한다.

저작권법 140조는 ‘상습적인’ 저작권 침해에 대해 피해자 고소없이 처벌할 수 있다는 친고죄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여러 번 걸리면 서점 등 3자가 신고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다 영리 목적을 띄고 있지 않더라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은 ‘사적 이용’의 범위를 벗어나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서점 측에선 고객들의 행동을 제지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촬영한 내용이 인터넷 등을 통해 공유될 경우 해당 작가나 출판사 등으로부터 고소를 당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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