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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카드로 긁은 기부’ 1만5000명, ‘사기’ 알고도 할부금 내야된다
-“정기 후원 해달라” 기부금 카드 결제 유도
-128억 중 2억원 원래 용도…나머진 유흥비
-피해자 “사기 알고도 할부금 갚아야 하다니”


[헤럴드경제=김진원ㆍ정세희 기자]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매월 카드 할부금을 내야 하는 ‘새희망씨앗’ 기부 피해자들이 1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카드로 긁은 기부금 할부 결제가 취소되지 않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경찰은 공정위 등에 피해자 구제 방안을 문의하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사진=헤럴드경제DB]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한 ‘새희망씨앗 카드 결제현황’에 따르면 후원금 할부가 남은 사람은 8월 16일 기준 1만 4983명이다. 카드 할부금액은 4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인 평균 28만 6000원이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횡령한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회장 윤모(54) 씨와 대표 김모(37) 씨를 상습사기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새희망씨앗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21개 지점에 콜센터를 운영했다. 일반 시민을 상대로 무작위로 전화 걸어 결손아동 정기 후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안정적인 후원이 필요하다며 카드결제를 통한 정기 후원을 유도했다.

단순 기부 외에 자체 제작한 영어교재를 할부로 구입하는 경우 기부를 하겠다고 하는 수법을 섞기도 했다. 유명 연예인도 동원했다. 이같은 방식으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만 9000명에게 128억원을 모금했다.

[사진=헤럴드경제DB]

그러나 윤 씨 일당은 후원금을 아파트, 외제차 구입 및 요트 파티, 골프 여행 등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128억원 중 약 2억원만 원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고 1만 5000명에 달하는 피해자는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된 돈을 매달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카드사가 이미 새희망씨앗에 기부금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새희망씨앗 피해자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카드로 24개월 할부, 120만원 결제했는데 카드사에서 취소가 안된다고 해 답답하다”는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설립 3주 만에 카페 회원 수는 2400여명을 넘었다.

일각에서는 카드결제를 통한 기부는 민사상 조건부 증여로 볼 여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불우아동을 돕겠다는 것이 조건으로 이에 맞지 않게 돈이 사용됐으면 증여를 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또 영어교재 구입 및 기부행위가 할부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재화 또는 용역’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같은 법에서 규정하는 ‘소비자의 항변권’을 통해 결제취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원 등이 유권해석에 나섰지만 적용할 만한 뚜렷한 법 조항이 없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경찰도 공정위 할부거래과에 피해자 구제 방법을 문의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미 카드사가 새희망씨앗 쪽에 돈을 다 낸 상태로 카드사가 취소할 수 없고 새희망씨앗에서 취소를 해줘야 한다”며 “법인계좌 지급 정지와 추징보전을 신청해 놓은 상태인데 피해자들의 환불 요청 외에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jin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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