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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벌” vs “교화”…뜨거워지는 소년법 논란
법이 가해자 보호” 폐지 마땅
“미래 성인 범죄자 양산” 반대
‘여중생 폭행’ 등 놓고 찬반팽팽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에 이어 10대들의 폭력 사건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면서 10대 범죄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후 논의는 10대 범죄의 원인과 양상을 분석해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엄벌주의’와 ‘교화 우선’라는 원칙을 내세워 찬반 양측의 극심한 대립만 이어지고 있다.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은 그동안 감춰져 있던 10대의 폭력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가해자들의 보복이 두려워 쉬쉬했던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거나 이미 지나갔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강릉과 아산에서의 집단폭행 외에도 11일에는 경남 창원에서 중학생 4명이 하급생 1명을 “용돈 좀 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에서는 여중생 8명이 한명을 집단폭행하고 피해자의 친구에게도 폭행을 강요하기도 했다.

이들 가해자들 중 일부는 이미 다른 혐의로 보호관찰 중에 또다시 폭행을 저질렀다. 또한 이번 범행에도 불구하고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돼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당장 만 14세 미만에 대해 형사처벌을 금지하고 만14세 이상 19세 미만에 대해서는 최대 20년으로 형을 제한하는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여기에는 최근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는 인천 초등생 유괴 살해사건의 주범이 소년법 적용 대상으로 20년형을 구형받은 사실이 기름을 부었다. 


소년법 폐지론자들은 “법이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고 있다”며 소년범죄에 대해 엄히 처벌해야 점차 범행 연령이 낮아지고 흉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이같은 주장에 호응해 만 14세인 현행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만 12세로 낮추거나 살인 등 강력범죄의 경우 감형 대상에서 제외하는 소년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의 경우 10대라 하더라도 살인 등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소년범에 대해 사형도 선고할 수 있는 ‘특정강력범죄의처벌에관한특례법’ 개정안을 내놨다.

반대 측은 미성년자들을 무작정 교도소로 보낼 경우 성인범죄자를 양산할 뿐 범죄 예방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박한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를 통해 “한 두 사건의 잔인성에 대한 충격 요법으로 강력한 소년법 개정론을 불쑥 끄집어 내는 것은 포퓰리즘의 발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법 개정 논의가 10대 범죄 전체를 뭉뚱그려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의 범죄통계 등에 따르면 경찰이 학교폭력을 집중적으로 형사사건화 했던 2012년 이후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의 폭력 범죄율은 서로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범죄소년의 경우 폭력범죄율이 2014년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 이후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세다. 소년법 개정 논의가 형사 미성년자의 연령을 하향해 처벌 대상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정작 법 개정으로 늘어나는 연령대에서는 폭력범죄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형사 미성년자의 범죄에 대해 교화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해 연령이 높아질수록 범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다 미시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무조건적인 엄벌을 피하면서도 교화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재 소년범들이 잘못을 저지른 뒤 법정에 서기까지 6개월이 걸리는데 자신이 저지른 범행의 잘못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경각심을 주지 못 한다”며 법원의 빠른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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