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ㆍ13 지방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다수 서울시의원이 구청장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시장 만큼 구청장직을 둘러싼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먼저 시선이 쏠리는 곳은 서울 강동구와 광진구다. 현직 서울시의회 의장과 운영위원장이 구청장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강동구는 이해식 강동구청장이 3선을 모두 지내 재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현재 양준욱(더불어민주당ㆍ강동3) 의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동구의회 부의장 출신이기도 한 양 의장이 구청장이 되면 의장 출신 첫 구청장이 된다. 이에 맞서 이정훈(더불어민주당ㆍ강동1) 시의원도 출마를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광진구에서는 김선갑(더불어민주당ㆍ광진3) 운영위원장이 구청장을 노린다. 김 위원장은 광진구의회 부의장 출신이자 같은 지역구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보좌관 출신으로, 지난 7월에는 시청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며 세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맞상대로는 박래학(더불어민주당ㆍ광진4) 전 의장이 유력하다.
김기동 광진구청장도 오는 2019년 자양동 일대에서 착공되는 ‘광진구청 신청사ㆍ행정타운 조성사업’에 대한 욕심이 있는 만큼 3선에 나설 것으로 보여 난전이 예상된다.
이 외에도 상당수 시의원은 재출마를 준비 중인 현역 구청장과 힘겨루기를 예고하고 있다.
구로구에서는 조규영(더불어민주당ㆍ구로2) 부의장이 출마할 것으로 점쳐진다. 가리봉동 재생 등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하며 최근 3선 뜻을 밝힌 이성 구로구청장의 라이벌이 되는 것이다. 마포구에서는 김창수(더불어민주당ㆍ마포2)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마포구의원을 지낸 유동균(더불어민주당ㆍ마포3) 시의원이 박홍섭 마포구청장과 맞붙을 수 있다. 연륜을 바탕으로 왕성히 활동 중인 박 구청장은 속마음을 드러내진 않았지만, 3선 뜻은 아직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파구는 현재 시의회 자유한국당 대표의원이기도 한 강감창(자유한국당ㆍ송파4) 전 부의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당선을 위해서는 구를 문화관광도시로 조성한 데 성과를 낸 박춘희 송파구청장의 3선 도전을 저지해야 한다.
영등포구에서는 최웅식(더불어민주당ㆍ영등포1) 전 운영위원장이 사실상 출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맞상대인 조길형 영등포구청장도 3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데, 조 구청장 또한 영등포구의회 의장 출신으로 영등포구의원만 4번을 지낼만큼 기반이 있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구는 전철수(더불어민주당ㆍ동대문1) 전 환경수자원위원장, 김인호(더불어민주당ㆍ동대문3) 전 부의장이 출마 뜻을 비친 지역이다. 이들은 민선 2기, 5ㆍ6기에 이어 재출마를 염두 중인 유덕열 동대문구청장과의 격전이 불가피하다.
서대문구에서는 박운기(더불어민주당ㆍ서대문2) 시의원이 출마를 고려 중이다. 100가정 보듬기 등 복지정책을 선보였던 문석진 서대문구청장도 3선 출마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어 금천구에서는 오봉수(더불어민주당ㆍ금천1) 시의원이, 중랑구에서는 성백진(더불어민주당ㆍ중랑1) 시의원, 김동승(국민의당ㆍ중랑3) 시의원이 출사표를 낼 예정이다. 당선을 위해서는 차성수 금천구청장, 나진구 중랑구청장의 3선, 2선 의지를 각각 꺾어야만 한다.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시의원 간 싸움만 예고된 지역도 상당수다.
강동구를 뺀 대표적인 곳이 관악구다. 유종필 관악구청장은 지난 7월 서울 구청장 중 처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박준희(더불어민주당ㆍ관악1)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장, 서윤기(더불어민주당ㆍ관악2) 시의원, 신언근(더불어민주당ㆍ관악4) 시의원 등이 힘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도 김우영 은평구청장이 출마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가운데 시의원들이 잇따라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치 앞 결과를 내다볼 수 없게 됐다. 현재는 이순자(더불어민주당ㆍ은평1) 시의원, 김미경(더불어민주당ㆍ은평2) 시의원, 장우윤(더불어민주당ㆍ은평3) 시의원 등이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현 구청장의 재출마가 불확실한 강남구와 노원구, 성북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강남구는 김진수(자유한국당ㆍ강남2) 부의장과 성중기(자유한국당ㆍ강남1) 시의원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원구에선 오승록(더불어민주당ㆍ노원3) 시의원과 김광수(국민의당ㆍ노원5) 시의원이, 성북구에선 김문수(더불어민주당ㆍ성북2) 시의원과 이승로(더불어민주당ㆍ성북4) 시의원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
한편 시의원들의 이런 ‘출마 러시’를 불편한 시선으로 보는 이도 적지 않다. 잇단 시의원들의 출마 채비에 대해 내년 예산안 편성때 시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적극 나설것으로 예상돼 예산인 통과가 해를 넘길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시의회 관계자는 “일부 시의원은 벌써부터 선거전략을 세우는 데 혈안이 된 느낌”이라며 “(몇몇은)시의원을 단순히 구청장으로 가기 위한 관문으로만 여기는 것 같아 보기에 좋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진용ㆍ이원율 기자/y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