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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마’ 강타한 생마틴섬서 인종차별 논란 확산
-“구조 보트에서 백인 아닌 탑승객 찾기 어려워”
-프랑스 정부는 “현실적 판단이었다” 해명
-TV 보도에서도 어마 피해자 '백인'에만 집중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괴물 허리케인 ‘어마’가 휩쓸고 간 프랑스령 생마틴섬에서 인종갈등이 불거지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AP통신이 전했다.

생마틴섬의 한 주민은 AP에 어마가 몰아친 직후 근처 과달루프로 피신하는 보트에서 백인 아닌 탑승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본토 사람들 밖에 안보였다. 그건 누가봐도 선택적인 것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목격자들도 구조 당국이 미국인을 포함한 관광객들은 보트에 태웠지만, 어린 아이를 포함한 생마틴섬 주민들은 그대로 남겨뒀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어마’ 피해를 입은 카리브해 프랑스령 생마틴섬. 사진=AP연합]

생마틴섬을 비롯한 카리브해 대부분 도서국가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로, 인구 대부분이 흑인이다.

이에 프랑스흑인대표협의회는 당시 우선 구조된 이들이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 중 가장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다”며 정부 측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프랑스 정부 측은 현실적인 이유에서 관광객들을 우선 구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광객들은 호텔에 머무르기 때문에 섬주민들보다 상대적으로 식량과 차량 등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 더 적었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카스타너 정부 대변인은 섬주민들의 좌절감은 이해하지만 지극히 “감정적 충격”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어마 피해를 다룬 프랑스 TV 뉴스 역시 백인 프랑스 본토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종문제 연구가 미셸 지로는 “신문 커버 등에서 본 희생자가 대체로 백인 관광객 또는 백인 프랑스 본토인이라는 것에 충격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첫 희생자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어마 피해 지역 상점에서 물, 음식 등 약탈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에선 대체로 흑인들이 범인으로 등장했다. 이후 소셜미디어에선 ‘백인=희생자’, ‘흑인=약탈자’로 규정하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고 지로는 지적했다.

프랑스흑인대표협의회 루이스 조지 틴 대변인은 “국가가 국민의 생존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이 생존에 필요한 일들을 하는 것은 정상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허리케인 ‘어마’는 11일 오후 플로리다 주를 빠져나가 조지아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를 향하고 있다. 어마 중심부가 플로리다 내륙 지역을 벗어나면서 추가 인명피해는 일으키지 않았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어마가 플로리다 전역을 강타하면서도 재앙 수준의 피해를 모면한 것은 미국으로 접근하면서 진로를 바꿨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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