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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3심 재판 받을 권리’의 딜레마

  • 기사입력 2017-09-14 11:09 |좌영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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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3일 국회청문회에서 남긴 이 말은 소신발언으로 평가할 만 하다.

상고허가제는 대법원에 상고된 사건 중 일부만을 골라 판결하는 제도다. 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법조계에서는 일종의 금기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1981년 도입됐던 이 제도는 1990년 동일한 이유로 폐지됐다.

선례적 가치가 있는 소수의 사건을 깊이있게 심리하는 다른 나라 최고법원과는 달리 우리나라 대법원은 밀려드는 사건을 처리하기 바쁘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퇴임기념 논문집에 6년 간의 대법관 재직 시절 일상을 이렇게 기록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여직원이 차를 내오기도 전에 사건기록과 연구보고서를 검토하기 시작한다. 점심은 12시25분경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오후에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검토가 이어진다. 그러다가 저녁 6시30분에서 7시 사이에 퇴근을 한다. 퇴근 시간 5분 전쯤에는 항상 가방을 차에 실어놓도록 한다. 가방 안에는 집에 가서 읽어볼 연구보고서가 가득 차 있다. 저녁을 마치면 블랙커피를 한 모금 훌쩍 마시는 것과 때를 맞춰 싸들고 온 연구보고서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그러면 자정을 넘어서기 일쑤다.’

김 전 대법관이 유별난 일 중독자라서 이런 것은 아니다. 다른 대법관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주말 구분없이 이어간다. 2015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이 처리한 사건은 4만1800여 건에 달한다.

올해 대법원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전수안 전 대법관은 퇴임 즈음 인터뷰에서 상고허가제의 필요성을 말하며 “대학병원에 감기환자가 몰리면 본연의 기능을 못하게 된다”고 비유했다.

대법원이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데에는 법조계에서 이견이 없다. 다만 해법을 두고서는 변호사업계와 법원의 입장이 갈린다. 법원은 상고심에서 처리되는 사건 수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3심 재판을 선호하는 변호사업계는 대법관 수를 늘려 업무부담을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법원 사건처리 구조를 바꾸는 것은 대법관의 업무부담이나 변호사 업계 사정이 아니라, 어느 쪽이 사건 당사자와 사회에 이익인가의 관점에서 접근할 문제다.

얼핏 생각하기엔 3심으로 넘어오는 사건을 모두 받아주는 게 분쟁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대법원으로 넘어온 사건 중 70% 정도가 ‘심리불속행’ 결정을 받았다. 심리불속행이란 법에서 정한 상고사유를 갖추지 못해 본안판단 없이 바로 2심과 동일한 결론을 확정짓는 것을 말한다.

본안 판단을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론내는 ‘파기율’은 5% 남짓이다. 이 5%에는 결론이 아니라 논거를 수정하라고 판결한 사건도 포함된다.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는 사건 100건 중 95건 이상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셈이다.

이쯤되면 사건 당사자들에게 3심 재판을 받을 권리란 ‘희망고문’에 가깝다. 흔히 ‘송사 3년에 집안이 거덜난다’고들 말한다.

분쟁이 조기에 종결되지 못하고 불안한 갈등관계가 장기화되는 것은 재판을 받는 당사자들에게도 괴로운 일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낭비다. 연간 4만여 건의 사건이 처리되는 동안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판결이 제때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불법체류중인 외국인 근로자도 노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대법원에서만 8년의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이 지나치게 사건을 많이 처리하다보니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라는 요구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되고 있다. 일단 밀려드는 수많은 사건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건처리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본연의 일을 하기가 힘들다. 이 말은 수십 년 동안 판사 생활을 하며 훈련되지 않은 법조인은 대법관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도 된다.

‘3심 재판을 일부 사건만 받게하자’는 주장은 국민 정서상 지지받기 어려울 것이다. 현행 상고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걸 잘 아는 국회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바꿔야 한다고, 논의를 해보자고 얘기를 꺼내야 한다.

이것은 법원이나 변호사 업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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