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출 돕고 뇌물받은 금융사 직원 4명도 적발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육류담보대출로 제2금융권에 수천억원대 피해를 준 대출 사기가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 등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범행으로 드러났다. 금융업체 직원들이 뇌물을 받고 대출을 도운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박진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14개 금융기관 등에 5700억원의 피해를 입힌 주범 정모(52)씨 등 육류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 창고업자 13명을 구속기소, 주요 가담자인 나머지 2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정씨 등은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육류 가격을 부풀려 담보로 맡기거나 담보를 중복 설정하는 수법으로 동양생명 등 제2금융권 업체 14곳에서 대출을 받아 약 5770억원을 갚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은 수입육 가격하락 및 환율급등 등으로 인해 2010년경부터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다 이같은 대출돌려막기 수법을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육 유통업자, 대출중개업자, 창고업자로 이뤄진 이들 일당은 수입육을 더 비싼 품목으로 기재하거나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금융업체를 기망하여 대출을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현행 육류담보대출제도에서 금융기관들이 담보물인 수입육이 다른 금융기관에 중복으로 제공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동일한 수입육으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이중담보 수법도 동원했다. 수입육 유통업체끼리 상호간 허위 매출을 발생시켜 금융기관 대출한도를 부여받는 사기대출도 저질렀다.
기소 대상인 주범에는 로비를 받은 피해회사 직원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대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수재 등)로 김모(50) 씨 등 4명을 기소했다.
김모(50) 씨 등 4명은 유통업자와 대출중개업자에게 대출한도 증액 및 담보물 실사 간이화 등을 청탁받고 약 3000~1억 3000만원을 각각 수수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및 배임수재)로 기소됐다. 이들 피해회사 직원은 창고에 보관 중인 수입육의 실태를 확인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대출한도를 지속적으로 늘려 피해를 키웠다.
검찰은 앞서 동양생명 등 피해 회사로부터 고소장을 제출받아 2016년까지 50여개 업체가 빌려 간 육류담보 대출금 1조9000억원의 사용 내역을 분석한 끝에 업자들이 유착한 조직적 사기행각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검거된 업자들은 기존 대출금을 돌려막기나 창고업체 인수, 이자·수수료 지급, 부동산 투자 등에 대출금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행 육류담보 대출제도의 문제점을 관계기관에 통보해 관련 제도 개선에 참고하도록 조치했다”면서 “향후 금융기관 등의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되도록 범죄 수익 은닉 여부를 계속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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