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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연임 성공’ 메르켈, 유럽 최장수 총리 역사 쓴 ‘무티 리더십’
-메르켈 CDUㆍCSU 연합 32.9%로 득표율 1위
-연정 등에서 보여온 포용의 리더십 주효했다는 평가
-독일경제 안정세, 소탈한 이미지 등도 한몫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앙겔라 메르켈(63) 독일 총리가 4연임에 성공하며 유럽 최장수 총리 역사를 새롭게 썼다. 24일(현지시간) 치러진 독일 총선의 공영방송 ARD 출구조사에서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ㆍ기독사회당(CSU) 연합이 32.9%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 마틴 슐츠의 사회민주당(SPD)은 20.2%,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13.3%로 뒤를 이었다. 이로써 메르켈은 영국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재임기간 11년을 넘어선 것은 물론, 정치적 스승 헬무트 콜 전 총리(16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독일인들은 메르켈을 이미 ‘영원한 총리(Eternal Chancellor)’로 부르고 있었다.

‘무티(엄마)’로 불리는 메르켈의 포용의 리더십이 이번에도 통했다는 평가다. 중도우파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의 진보적 정책을 적절히 수용해왔다. 일례로 메르켈은 동성결혼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의회에선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연정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안에 따른 유연한 입장 변화도 강점으로 꼽힌다. 원자력 발전을 지지해왔던 메르켈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핵(脫核) 선언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AFP통신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폐기부터 2015년 90만 명이 넘는 난민에 국경을 개방하는 등 대담하고 놀라운 결정을 펼쳐왔다”고 평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승리가 확실시되자 베를린에 있는 기독민주당(CDU) 당사에서 연설하며 활짝 웃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4선 연임을 한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함께 최장수 총리의 반열에 오르게 됐다. [베를린=AP연합뉴스]

독일 경제가 안정세에 접어든 점도 메르켈의 4연임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전년대비 1.9%를 기록해 5년 만에 최대치를 썼다. 지난 7월 기준 독일 실업률은 3.7%로 완전고용(3% 미만)에 가까운 수준이다. 2005년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고, 1991년 이래 최저치다.

‘엄마’라는 별명을 낳은 소탈한 면도 메르켈의 대중적 인기에 한 몫을 했다. 잘 알려진대로 메르켈 총리는 남편 요아힘 자우어 교수와 관저가 아닌 베를린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부부가 먹을 채소를 직접 기르고, 동네 슈퍼마켓에서 장을 본다. 슈퍼마켓 계산대에서 줄선 총리를 만났다는 목격담이 흔하다. 올 여름엔 9년째 같은 지역, 같은 4성급 호텔에서 5년째 같은 옷을 입고 휴가를 보낸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영국 BBC방송은 “멋부릴 시간 없이 내 모든 시간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메르켈의 청년시절은 정치와 거리가 있었다.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목사의 딸로 태어나 아버지를 따라 동독 탬플린으로 이주해 그곳에서 자랐다. 라히프치히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베를린의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양자화학자로 일했다. 과거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메르켈을 “수줍어하고 부지런하며 늘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찾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수줍은 화학자’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당시 동독 야당이던 민주약진(DA)에 가입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민주약진이 집권 기독민주당에 통합되면서 내각 부대변인으로 행정부처에 입성했다. 콜 전 총리 눈에 들면서 여성청소년부 장관, 환경부 장관 등을 거쳤다. 1999년 콜 전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리자 그의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단호한 모습 보이기도 했다. 기민당 대표에 오른 메르켈은 2005년 조기총선을 거쳐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10년 넘게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에 이름을 올렸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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