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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올해 남은 두 달이 그에게 중요한 이유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들은 어쩌면 올해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몇달 사이 벌어진 각종 ‘도미노 사고’ 탓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당장 지난 6월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ㆍHUS)’ 발생으로부터 시작돼 ‘용가리 과자(질소 과자)’ 사고, ‘살충제 계란’ 사태’, ‘E형 간염 소시지’ 파문까지…. 잇달아 무너진 식품 안전에 국민은 ‘푸드 포비아(food phobiaㆍ음식 공포증)’에 떨어야만 했다.

식품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달 잇달아 불거진 ‘유해 생리대’와 ‘벌레 수액 세트’ 파문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사태’에는 식약처의 직접적인 잘못이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그러나 식약처가 분명 관리ㆍ감독을 제대로 했더라면 국민을 ‘케미 포비아’와 ‘메디컬 포비아’로 몰고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관장하는 수장(首長)이 각종 ‘포비아’를 부추겼다는 의심이 대다수 국민에게 여전히 남아 있다. 신중하지 못했던 그의 언행 탓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난 8월 22일 국회에 출석한 류영진 식약처장은 이낙연 국무총리의 ‘질책’을 “짜증”이라고 했다. “식약처가 오락가락한다는 것은 언론이 만들어 냈다”며 책임을 미루는 모습도 보였다.

이후 ‘많이 달라졌을까’ 기대했지만, 류 처장은 그렇게 나아진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달 28일. 식약처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생리대와 어린이용 기저귀 제품이 안전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던 바로 그날. 그는 이 총리에게 또 한 번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당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류 처장이 생리대 안전성 조사 결과와 대책을 보고하자 이 총리는 “(생리대 부작용 관련)역학조사는 어떻게 하느냐” 등의 질문을 연달아 던졌다. 류 처장은 “역학조사는 관계기관이 협조해서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아직도 협조가 안 됐다는 말인가. 여성들이 당장 어떻게 하란 말이냐”고 호통을 쳤다. 일순 회의장은 얼어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식약처 국정감사. 하지만 ‘남 탓’ 하는 류 처장의 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전문성이 너무 부족하다. 자진 사퇴가 맞다”는 한 야당 의원의 지적에 “의원님 질책을 마음에 새겨서 열심히 하겠다”면서도 “직원들이 소홀한 것이 있어서 제가 조직을 쇄신해서…(열심히 하겠다)”라는 이야기만 했다.

류 처장은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왜 수시로 이슈의 중심에 서는지…. 휴일에 직원에게 빵 심부름을 시켰다는 의혹을 식약처와 류 처장은 부인했지만, 그런 이야기가 거의 정설이 될 정도로 일파만파 퍼졌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정책을 집행할 때 비로소 얼어붙었던 국민의 마음이 시나브로 녹아내리지 않을까. 다행히 올해 두 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그에게 남아 있다. 성심성의껏 역할을 수행한다면 식약처 직원도 바쁘겠지만 마음만은 훨씬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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