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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헤럴드디자인포럼 - ‘Daylight’ 디자이너 성정기 인터뷰] “모든 행위의 시작은 사람…보편적 가치의 역할 지향”
디자이너 성정기의 시작은 ‘사람’이다. 그의 디자인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대표적인 예가 ‘샴푸 용기’다. 샴푸 용기에 서로 다른 형태의 홈을 적용해 촉감만으로도 샴푸와 린스, 트리트먼트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성정기는 이 샴푸 용기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샴푸를 하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이 앞이 안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게 된다면 그 또한 하나의 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장벽 없이 모두의 상황을 만족시키려는 의도가 이 디자인의 콘셉트입니다.”


사람에 대한 꾸준한 관심, 그리고 사람과 제품, 사람과 제품과 환경의 관계성을 끊임없이 관찰한 결과다. 이런 ‘사람’을 담은 성정기의 디자인은 세계 디자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 2005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산업 디자인 전문 회사 아이디오(IDEO)에 입사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루나 디자인을 거쳐 현재 데이라이트(Daylight)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하며 대표적인 한국의 산업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때로 디자인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시대는 변하고 디자인의 위상도 높아졌지만 성정기는 디자인이 본래 갖고 있는 역할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편적 가치’라는 디자인의 역할은 현재도 유효하며, 이것은 성정기의 디자인이 지향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들어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형태로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고 있지만 “새로운 시대에도 디자인은 보편적 가치와 도덕적 가치의 기반 위에 새로운 혁명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에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상에서의 소소한 불편함, 작은 실수는 그의 디자인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샴푸 용기가 그렇듯이 노인들의 필수품인 지팡이와 휴대전화를 결합한 이른바 ‘휴대전화 지팡이’도 마찬가지다. “저는 제3자적 관찰을 통해 사람, 사람과 제품, 사람과 제품과 환경 등에 관한 정황 행동을 관찰합니다. 이러한 관찰들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아주 중요한 소재가 되고 결국 최종 디자인에 영향을 미칩니다.”

▲ 삼푸 용기 디자인. 용기에 서로 다른 홈을 적용해 촉감만으로도 내용물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 쓰레기통에 그물과 같은 뚜껑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쓰레기를 ‘던져넣는’ 행위만이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다.

사람에 대한 관찰은 디자인의 소재이지만, 성정기에게 ‘사람’이라는 키워드는 단지 관찰대상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위 ‘인간다움’을 뜻하는 ‘휴머니티(humanity)’는 디자인의 전반을 지배한다. 여기에는 디자이너 자신도 포함된다.

“디자이너에게 휴머니티란 단지 디자인의 결과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디자이너 자체의 행동에도 휴머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인 저는 이 모든 행위의 시작에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디자인 작업은 IDEO 디자이너들과 협업한 유모차 디자인이다. 그는 이 작업을 하면서 “협력은 디자인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최상위 조건이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사용자의 편의를 돕고,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에 디자인의 역할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디자이너’ 역시 그 안에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는 확신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인은 모든 단계에서 즐거움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즐거움을 바탕으로 완성된 디자인들은 다른 디자인에 비해 사회적 성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게 됐어요. 이 작업 또한 그런 작업 중 하나로 기억됩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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