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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총알 못 피하는 軍 사격장 방호벽…유탄사고 재발우려
- 14m 이하 108개, 없는 사격장도 51곳
- 구체적 높이 규정 존재하지 않아, 앞으로 보완할 것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최근 강원도 철원의 육군 6사단 소속 이모(22) 상병이 14m 높이(사선 지표면 기준 28m)의 방호벽 위로 날라온 유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군 사격장에 설치된 방호벽 대부분이 14m 이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모 상병이 사고를 당한 사격장의 경우 방호벽이 설치돼 있었지만, 사수가 단 2.39도만 상향 사격해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30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상병과 순직한 육군 사격장과 비슷한 사격지 거리(250m)를 가진 190곳 중 14m보다 낮은 방호벽을 가진 사격장은 108개였다. 방호벽이 없는 곳도 51곳에 달한다. 14m보다 높은 곳은 31개에 그쳤다. 해병대 사격장도 방호벽이 6~10m 수준인 경우가 상당했다. 없는 곳도 많았다.

제각각인 방호벽 설치 실태는 군 내부에 만연한 '눈대중' 실태를 반증한다. 일정한 높이 규칙이 연구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있으나마나 한 방호벽을 설치하거나 설치를 하지 않은 것이다. 군 관계자는 “제가 알기에는 ‘설치하라’ 수준의 지침이고 몇 미터를 설치하라거나 그런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자료를 건넨 관계자도 “규정이 따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기준이나 규정없이 지어진 방호벽이 이 상병을 안타까운 죽음으로 몰고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일정한 규정이 없다보니 방호벽 높이가 터무니없이 높은 곳도 있다. 육군은 A부대 방호벽 높이를 457m라고 작성했다. 대한민국 대표 마천루인 63빌딩 높이가 270m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해군도 한 사격장의 방호벽 높이를 660m로 적어냈다. 우리나라 최고 높이의 건축물인 롯데월드타워는 550m 수준이다. 해군의 말이 사실이라면 롯데월드타워보다 높은 방호벽을 가지는 셈이다.

100m 이상인 방호벽 상당수는 '자연지형'을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말해 산, 나무, 바위 등을 방호벽이라 말한 셈이다. 해군도 자료에서 방호벽 종류를 ‘자연’ 방호벽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병이 순직한 사격지는 언덕 지형이었고, 뒤엔 나무 숲이 울창했다. 표적지 주위 산비탈도 깎아놓았다. 하지만 자연지형은 '방호벽'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교참에 방호벽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높이는 상수로 규정돼 있지 않다”며 “여러 자연지형 등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번 일도 있었기 때문에 군에서 이러한 부분을 다 포함해 설계방안을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참은 훈련장의 기본 기준이 되는 것으로 보통 이를 근거로 사격장을 설계한다.

들쭉날쭉한 총기 안전 실태로 인해 총기 사고는 꾸준히 늘어났다.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사격훈련 도중 총탄이 사격장 외부로 날아가 민간에 피해를 준 사고는 2015년 1건에서 지난해 3건으로 늘었고 올해 지난달까지만 4건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에서 MG-50 사격 도중 총탄이 인근 플라스틱 공장으로 날아가 유리창을 파손하고 창틀에 박히는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2월에는 인천에 위치한 특수부대에서 권총사격 훈련 도중 총탄이 인근 아파트로 날아가 베란다 유리창을 깨고 방충망을 파손시켰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앞서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6사단 소속 일병(사망 당시 계급)이 전투진지 공사를 마치고 도보로 복귀 중 두부 총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특별수사를 진행했다”면서 “그 결과, 이모 상병은 인근 사격장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날아온 유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사격장은 사수로부터 표적까지의 거리 200m였고 방호벽은 280m 거리에 있었다. 그 뒤로 자연지형(수목)이 60m가량 이어져 있었다. 주변 나무에서 70여 개의 피탄흔이 발견될 정도로 방호벽은 꾸준히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사격장관리부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탄 차단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고, 사격장과 피탄지 주변 경고간판 설치부실 등 안전대책이 미흡했다. 육군은 운용 중인 모든 사격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통해 안전 위해요소를 파악해 보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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