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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외교공백 틈타 중동에 손짓하는 러시아
-트럼프 정부 외교능력 의문점 등이 동맹국 신뢰 약화
-러시아는 중동지역 해결사 자처하며 영향력 확대
-“미국 영향력 약화 묵인하면 중요지역인 중동서 밀려날 것”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외교 ‘공백’으로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과 동맹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 틈을 타 러시아가 중동 지역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면서, 이 지역 미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할 당시만 해도 중동 국가들 사이에선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틀어진 관계가 개선되리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국 정상은 미국과 걸프협력회의(GCC)에 불참하거나 대리인을 보내는 방식으로 오바마 정부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란이 향후 15년 간 핵 물질을 생산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對) 이란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지목하는 등 오바마 전 행정부의 이란 포용 정책에 선을 그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7월 카타르 단교사태가 불거지자 카타르와 걸프국들 사이 중재에 나섰다. 백악관 선임고문이자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재개 논의를 위해 중동을 방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력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를 담당할 인사 임명은 여전히 늦어지고 있다. 또 대 이란 제재 등에 있어 트럼프와 틸러슨 국무장관이 엇박자를 내는 등의 행보도 동맹국의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Chatham House)의 중동 및 북미 프로그램 수석 연구원 제인 키닌몬트는 “걸프국들은 쿠웨이트가 이라크에서 독립된 이래로 최근 몇년 간 미국과 동맹 및 결속 관계가 약화되고 있다고 느낀다”고 진단했다. 

[사진제공=타스연합뉴스]

이를 틈타 러시아는 중동 국가들과 결속력 강화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최근 러시아와 터키는 두 달에 한번 꼴로 만나며 가까워진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오는 11월 1일에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3자회담을 열고 시리아 문제를 논의한다.

키닌몬트는 “중동 지역 국가들이 러시아 쪽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지역은 여전히 미국에 더 관심이 있다. 다만 20~30년 동안 해온 것처럼 미국에 100%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강대국과 동맹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중동의 속내를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쓴소리를 이어온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중동지역에 대한 미국의 세 약화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최근 키르쿠크에서 이라크군과 쿠르드군의 충돌은 미국이 지난 몇년 간 묵인한 문제의 징후”라면서 “중동지역 질서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고 미국이 이 지역에서 철수하면서 지난 8년 간 미국의 힘과 영향력도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를 묵인한다면 조만간 미국의 영향력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중동)에서 밀려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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