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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주도 유엔 ‘핵무기 폐기 촉구’ 결의안 비하인드 스토리
-유엔, 24년 연속 日주도 核무기 폐기 촉구 결의안(L35호) 채택
-日, 美비호 속 L35호 통과…국제사회 호소력은 떨어져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외교부가 27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제1위원회(군축ㆍ국제안전 담당)에서 ‘핵무기 전면 철폐를 위한 단합된 행동’ (L35호)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배경엔 일본의 ‘역사수정주의’가 있다.

일본 정부는 1994년 이래 계속 제출한 결의안은 일본을 전범국가가 아닌 전쟁피해 국가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결의안에는 “정치 지도자들의 최근 히로시마, 나가사키 방문, 특히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을 환영한다”는 표현을 담고 있다. 이외에도 피폭자를 뜻하는 ‘히바쿠샤’(被爆者)를 고유명사인 것처럼 명시하며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정치 지도자, 청년들이 히바쿠샤인 원폭 생존자들을 포함, (원폭 피해) 경험을 세대에 걸쳐 전하는 (일본)사회와 사람들과 교류하거나 방문하는 등의 모든 노력을 다하기를 권고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아사히 신문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을 비롯한 일본 언론과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정부는 L35호를 ‘세계 유일의 피폭국 일본이 핵ㆍ군축 분야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결의안’이라고 평가해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이같은 ‘전쟁 코스프레’에 최근 일본 주도의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L35호’ 결의안은 193개국 중 188국이 참가하고 찬성 167표, 기권 17표를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는 결의안 찬성국은 23개국 감소한 144개국이었다. 기권국은 27개국으로 늘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5년부터 결의안에 기권표를 행사해왔다.
 
찬성국이 줄고 기권국이 늘어난 배경에는 일본이 지난 7월 유엔 총회를 통과한 핵무기금지협약에 서명하지 않은 영향이 크다. 또, 핵보유국인 미국에 친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비핵보유국 일부가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L35호’ 결의안 수정에는 미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북핵공조 기조를 강화하기 위해 ‘L35호’ 결의안을 내용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 지난해 결의안에 포함돼 있던 ‘핵무기의 모든 사용이 엄청난 인도적 결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에서 ‘모든’이라는 수식어를 삭제했다. 핵보유국의 핵 군축 의무를 정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제 6조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핵실험 전면금지조약(CTBT)의 발효 요건과 관련해, 비준하고 있지 않는 미국 등 8개국의 비준을 요청한다는 문구의 표현도 약해졌다. 대신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규탄하는 문구를 늘렸다. 미국 국무부의 지원을 받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L35호’ 결의안을 ‘북핵 규탄하는 결의안’이라고 소개한 이유다.

한편,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0일 우리 정부의 ‘L35호’ 기권표 행사에 대해 ‘친북 및 반미’ 정부 행보라 규탄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유엔 결의안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기권한 것을 한국당은 대단히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안보를 포기하고 국제 공조에서 이탈해 한미 동맹의 균열을 야기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판과 잘못된 선택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7일 채택된 북핵 규탄 결의안 중 하나인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관련 결의안(L42호)은 우리 정부가 1996년 영국 등 65개국과 공동발의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공동발의 64개국과 함께 L42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호소하고, 27일 찬성표를 던져 통과시켰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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