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영어 방과후 수업 금지 논란] “학교선 알파벳도 건너뛰면서 보충교육도 말라니”
-내년 2월 말 방과후 영어 수업 중단 위기
-빠른 학교 진도 보충, 돌보미 역할 순기능
-학부모들 “오히려 확대해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서울 성북구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과 5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모(41) 씨는 요즘 고민이 한가득이다. 둘째 아이가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내년 2월 말이 되면 영어 수업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강사로부터 전해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방과후 수업을 더 이상 보낼 수 없다면 당장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데 지금 수업료보다 3배는 비싼데다 알파벳 갓 떼고 인사말 정도 배운 아이 수준에 맞는 학원 수업은 찾기도 어렵다”고 울상을 지었다.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이 김씨와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지난 2014년 시행된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에 따라 내년 2월 28일이 지나면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수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현재 정규 교과과정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 시기는 초등학교 3학년 부터다. 이전에 영어를 배울 경우 선행학습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사진설명=내년 2월말 부터 선행학습 금지법에 의해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수업에서 영어를 가르치지 못하게 되면서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학부모들은 방과후 수업의 순기능을 들며 영어 수업 확대를 바라고 있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에서 진행되는 방과후 영어 수업 광경.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겨울방학 동안 4분기 수업은 진행되지만 당장 1월이면 3월부터 시작될 1분기 수강생 모집 여부가 불투명하다. 영어수업이 중단되면 학부모들은 1월부터는 학원을 알아봐야 하지만 아직 학교에선 수업 중단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공지가 없다. 교육부에서 중단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영어를 가르치지 않더라도 영어 교육에 대한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한 사교육시장으로 몰려갈 수 밖에 없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방과후 수업 영어 교실은 학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과목 중 하나다. 김 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도 처음 방과후 수업을 시작할 때 유독 영어 과목으로 신청이 몰려 추첨제로 바꾼 케이스다. 실제로 영어교육기업 윤선생이 최근 학부모 5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모가 선호하는 방과후 수업 과목에 42.8%의 학부모가 영어라도 답했다. 방과후 수업을 수강하는 이유로 58.1%가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어서”라고 답했고 31.5%는 “정규 수업 이후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방과후 수업 영어 교실의 경우 1~2학년 저학년 수업은 한번 수강한 학생이 중간에 그만 두는 일이 드물다. 여기에는 학교 정규 수업의 헛점이 숨어있다는 게 방과후 영어강사 박모(36) 씨의 귀띔이다. 박 씨는 “3학년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데 알파벳은 처음 한두시간 만 가르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3학년까진 크게 어려운 표현이 없지만 4학년만 되도 조동사를 가르치는 등 난이도가 확 뛴다”면서 “학교에서도 이미 영어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알파벳이나 단순 표현은 다 떼고 온다고 전제하고 수업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유치원 등을 보내지 못한 학부모 입장에선 1~2학년 동안 방과후 수업에 아이를 보내지 않으면 고학년에 접어들수록 뒤처질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학부모들이 방과후 수업을 선호하는 것은 단지 공부 때문만은 아니다. 김 씨는 “저학년은 정오나 오후 1시만 되면 학교 수업이 끝나는데 워킹맘들은 이때부터 애를 맡길 돌보미를 구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학원 뺑뺑이를 시키자니 학원버스만 20~40분을 타다보니 안전문제가 마음에 걸릴 수 밖에 없다”면서 “어차피 영어를 배워야 한다면 겸사겸사 방과후 수업에서 싼 값에 즐겁게 배우면 아이에게도 좋고 부모도 부담도 적고 안심할 수 있어 좋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방과후 수업에서는 원어민 교사로부터 영어권 문화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고 영어에 대한 감을 익히는 등 문화로 접근할 수 있는데 학원에 가면 당장 단어 시험부터 본다”면서 “원치도 않았던 사교육시장에 떠밀지 말고 방과후 수업에서 영어 수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방과후 수업 중단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논란이 있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이 겪는 고충을 감안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결정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