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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만에 낙태죄 새로 심리하는 헌법재판소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뒤집힐 지 주목
-여성 자기결정권 vs 태아 생명권…여전의 팽팽한 시각차
-‘9인 재판관 체제’ 갖춰지면 본격적인 심리 시작할 듯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청와대가 23만여명이 참여한 ‘낙태죄 폐지’ 청원에 곧 공식 답변을 내놓을 계획인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이와 별도로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다시 심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주목된다.

헌재는 지난 2월 8일 형법 269조 1항과 270조 1항이 위헌인지를 확인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을 접수해 심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형법 267조1항은 ‘여성이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낙태 여성 자신에 대한 처벌 조항이다. 270조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등이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으로 의사 등에게 적용되는 ‘동의낙태죄’에 해당한다. 

[사진=헌법재판소 입구]

헌재는 2012년 8월 이 ‘동의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심리해 합헌이라고 판결한 적이 있다. 당시 9명의 재판관 중 한자리가 공석이었고, 4명은 위헌 의견을 낼 정도로 팽팽히 맞섰으나, 위헌정족수인 6명보다 부족해 합현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찬성하는 측은 “태아는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생명권을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다 더 중요하게 평가했다.

반면, 위헌 의견을 낸 측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5년의 시간이 흐르고 헌재가 다시 어떻게 판결할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적으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분위기여서 결과는 더 예측하기 힘들다.

5년 전과 비교해 헌법재판관들이 모든 바뀐 지금의 헌재가 어느 때보다 전향적인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온다. 헌법재판관들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낙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는데,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제외한 8명의 재판관 중 5명이 낙태죄와 관련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진성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피임과 낙태를 선택함으로써 불가피한 임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이 태아의 생명권에 비하여 결코 낮게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지난 9월 인사청문회에서 “임신 초기 단계고 원하지 않는 임신의 경우와 같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낙태죄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헌재는 유남석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임명돼 재판관 ‘9인 체제’가 갖춰지는 대로 낙태죄에 대한 심리를 시작할 것으로 전해진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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