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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정상회담 그후] 美 언론들 “美中회담 승자는 習…트럼프는 실체없는 성과”
-“2500억弗 계약, 구속력 없거나 이전의 계약”
-트럼프, 무역적자 화살 中아닌 오바마에 돌려
-WP “시진핑 승리” CNN “中아부 성과 거둔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북핵·무역 의제를 두고 정면 충돌없이 끝난 가운데 미국 언론들은 시 주석이 이번 미중 회담의 승자라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것과 달리 시 주석에 무역적자 책임을 묻지 않고 관계 구축에만 공들인 데다 2535억 달러(약 283조원) 경제적 성과의 실체도 불분명하다는 이유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양국 정상이 발표한 15건의 합의문 대부분이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로, 실현된다고 해도 수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기간 양국이 2535억 달러 이상의 비즈니스 계약과 투자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선물 보따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래는 미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투자 건이다.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ㆍ시노펙)와 중국투자공사(CIC), 중국은행 등 3개 공기업이 430억 달러(약 47조91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이 계약이 최종 서명까지 수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노펙은 이 프로젝트가 “가능성”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음으로 규모가 큰 ‘보잉 항공기 구매 거래’ 건도 마찬가지다. 양국 정상회담 직후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CASC)는 미 보잉사에서 항공기 300대를 사들이기로 했다. 거래 규모는 370억 달러(약 41조3000억 원)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 300대 가운데 신규 주문이 몇 건인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보잉기 계약에 신규 주문 건수가 명시되지 않았다며, 이날 발표된 계약 대부분이 트럼프 방문을 위해 재포장된 과거 계약이거나 구속력 없는 MoU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내내 중국을 ‘경제의 적’으로 규정하고,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시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따라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담판짓는 것은 물론, 무역 불균형 문제도 강하게 제기할 것이란 미국 내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불공정거래 행위와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 등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적자와 관련해 비난의 화살을 전임 정권에 돌렸다. 그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한 나라가 자국민을 위해 다른 나라를 이용하는 것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느냐”며 “실제 이러한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커진 데 대해 과거 행정부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가 중국의 국영시스템 역할을 무시해 미중 무역관계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결론지었다”며 “중국의 초대형 아부성 전시가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의 ‘굉장한’ 중국 방문이 그리 성공적이지 않을 지도 모른다”며 “시진핑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미 언론 뿐 아니라 워싱턴 정가도 싸늘한 반응을 내놨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밥 메넨데즈 의원(민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을 중국의 변덕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소재 국제정책연구소인 카네기-칭화센터의 폴 해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돌아오면 무역, 경제 및 북한 문제에 있어 더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실망한 국내 정치환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박3일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10일 오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베트남 다낭으로 이동했다. 11일 하노이서 미·베트남 정상회담을 한 뒤 12일부터 필리핀에서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창립 50주년 기념식 참석과 미·ASEAN 정상회의, 미·필리핀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12일간의 아시아 순방 일정을 모두 마무리한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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