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성공’이라고 할 수 없는 트럼프 아시아 순방”
-美 언론들 “신중했던 아시아 순방, 주말들어 태도 급변” 비판
-러 대선개입 말 바꾸기…메시지 일관성 문제도
-CNN “트럼프 亞 순방 성공으로 부르는 건 큰 실수”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첫 아시아 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듯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주말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좌충우돌 발언을 하고 트위터에 공격성 글을 쏟아내는 등의 모습으로 순방 성과를 흐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비판했다. 또 대북 위협엔 국제사회의 ‘단합’을 촉구하면서, 무역협정에선 자국 이익만을 내세워 미국 입지를 좁히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아시아에서 신중하고 노련하게 각본대로 움직여왔으나, 주말로 접어들면서 태도가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사실상 옹호하자 미국의 전직 정보수장들이 일제히 반박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은 11일 베트남 다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 두 정상이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 [다낭=타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자신과 러시아의 유착관계를 조사하려는 이들을 “남을 증오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또 “나는 김정은을 ‘작고 뚱뚱하다’고 하지 않는데 그는 왜 나를 ‘늙었다’고 모욕하느냐”라고도 푸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라고 부르며 조롱한 데 대한 반응이다.

NYT는 멜라니아 여사가 워싱턴으로 돌아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본능’을 제어할 사람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또 71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고령의 나이 탓에 장기 순방의 피로가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대선 개입과 관련해 하루 만에 말을 바꿔 비난에 휩싸였다. 그는 전날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미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며 “그의 말이 진심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직 미 정보 당국자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갔다. 이에 정계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다음날 “우리 정보기관을 믿는다”고 말을 바꿨다. 다만 “현재 구성된 정보기관을 특히 믿는다”며 자신이 임명한 이들로 한정했다.

CNN은 사설에서 “러 대선 개입이 미국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보다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을 더 걱정한 결과”라고 트럼프의 언행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스캔들’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을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푸틴에 면죄부를 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 발등을 찍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CNN은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기간 전달한 메시지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제25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다자간 무역협정을 ‘불공정 협정’으로 규정하면서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양자주의를 추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앞서 한ㆍ중ㆍ일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위협에 전면적이고 단합된 대응을 요구한 것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무역협정 참여를 통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고자 했던 전략을 뒤엎은 것이기도 하다.

한 전문가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도 ‘미국 우선’ 의제를 가져와 아시아 국가 지도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서 파리기후변화협정, 이란 핵협정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스스로 고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을 성공으로 부르는 것은 큰 실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12일 마지막 순방국인 필리핀에 도착한 트럼프는 14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가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ha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