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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록위마 판결’ 논란 없어질까…대법원, 판사 승진제 내년 폐지
-지법ㆍ고법 인사 별도로 운영, ‘고법부장 승진’ 없애
-‘법관 인사의 꽃’이라던 고법부장 승진 연수원 24기 마지막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대법원이 내년 2월로 예상되는 정기인사부터 고등부장 승진제도를 폐지할 방침을 정했다. 그동안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 일부가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올라가 차관급 대우를 받는 기존 인사제도는 ‘판사가 대법원장의 눈치를 본다’는 사법부 관료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김소영 법원행정처장은 22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내년 정기인사 방안을 밝혔다. 이 방침에 따라 내년 정기인사에서 사법연수원 24기 출신 부장판사 일부만 고등부장으로 올라가고 25기 이후부터는 승진 개념이 사라진다.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제공=연합뉴스]

현행 법원조직법상 법관의 직위는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뿐이다. 법원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 등도 보직일 뿐, 법적인 승진개념 자체가 없다. 하지만 사실상 고법부장 인사가 승진제로 운영되면서 일선 재판장들이 관료화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2014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이범균 부장판사는 이듬해 고법부장으로 발탁됐고, 당시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 부장판사는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 판결을 했다며 비판했다. 이 때 김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이 아닌가”라고 지적해 법원 내부에서도 큰 논란이 일었다. 실제 이 부장판사가 인사를 염두에 두고 판결을 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의심이 있다는 점을 드러낸 사례였다.

승진제가 폐지되면 법원 인사는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을 나눠 별도로 시행된다.

그동안 판사가 임관된 뒤 지방법원 배석판사-고등법원 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차례로 거치던 수직적 인사 패턴이 깨지는 셈이다. 대법원은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인사를 별도로 나누는 ‘이원화’에 대비해 고등법원 재판을 전담하는 판사를 꾸준히 선발해 왔다. 앞으로는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에서도 법원장이 나오고, 대법관으로 발탁되는 사례도 생길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당장 인사를 이원화하더라도 지방법원-고등법원 간 일부 인사 교류는 현실적으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국 고등법원 판사 정원은 352명이지만, 고등법원 재판을 전담하는 판사 수는 116명으로 크게 부족하다. 고등부장 115명을 합해도 231명으로, 121명의 판사가 더 충원돼야 하는 상황이다.

인사 이원화는 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쌓아야 판사가 될 수 있는 ‘법조일원화’제도로 인해 차츰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판사 임관시부터 지방법원 판사와 고등법원 판사를 별도로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법조 경력 3년 이상인 판사 임용 요건은 점차 확대돼 2026년부터는 경력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후부터 학부 4년과 로스쿨 3년, 법조 경력 10년을 거쳐야 판사 임관이 가능해지므로 초임 판사 연령은 최소 37세가 된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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