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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쫓겨나는 알바①] 임대료 오르면 ‘퇴출 1순위’…알바도 젠트리피케이션?
-상권 떠도 임대료 폭등 탓에 알바생은 쫓겨나
-임대료 따라 물가↑…“커피가 시급보다 비싸”
-업주도 울상…“손쉬운 인건비부터 줄이게 돼”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조모(27) 씨는 최근 업무량이 크게 늘어 고민이다. 기존에 아르바이트생 2명이 나눠 하던 일을 최근 혼자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사장은 높아진 임대료와 인건비 탓에 아르바이트생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조 씨의 시급이 더 오른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보다는 높지만, 내년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카페 거리’로 불리며 거리 곳곳에 새 점포가 들어서고 있지만, 인근 카페의 아르바이트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당수 카페가 높아진 임대료 탓에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거나, 이미 줄였다. 

[사진=최근 카페 거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동 카페 거리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임대료 상승률이 9.1%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아직 거리가 제대로 자리 잡지도 않았는데 벌써 점주들은 임대료 걱정”이라며 “커피 값을 올린 곳도 있어 드립커피 한 잔 값이 내 시급보다도 높아져 알바생이 더 무시받는 것 같다”고 했다.

성수동 카페 거리를 비롯해 경리단길, 가로수길 등 최근 상권이 발달하는 지역을 따라 임대료가 높아지고 덩달아 물가도 오르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아르바이트생들에게는 다른 나라 얘기다.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모(24ㆍ여) 씨도 시급보다 커피 값이 더 빠르게 오른데다 카페에서는 인원 감축 얘기가 돌아 걱정이라고 답했다. 김 씨는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이 7530원까지 오른다고 하는데, 내가 만들고 있는 드립 원두커피는 이미 8000원”이라며 “그나마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줄이면서 내 시급이 조금 더 오른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씁쓸해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3분기까지 11개 주요 젠트리피케이션 이슈 지역의 평균 임대료를 살펴보면, 성수동 카페 거리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임대료 상승률이 9.1%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성수동 카페 거리는 3.3㎡당 월평균 임대료가 지난해 말 9만5000원에서 10만4000원까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은 성수동뿐만 아니라 다른 동네도 마찬가지다. 홍대와 서촌, 연남동 등 주요 지역의 임대료가 3분기 사이에 1% 이상 빠르게 증가했다.

대학생 양모(25ㆍ여) 씨도 카페 전문점만 네 곳에서 일했던 전문 아르바이트생이다. 지난 세 곳은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로, 상권이 인기를 끌 때마다 수익성을 이유로 해고통보를 받았다. 양 씨는 이번에는 비교적 안정성이 있다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으로 옮겼다. 양 씨는 “아르바이트도 이제 상황에 따라 쫓겨나기 일쑤”라며 “손님은 점점 늘어나는데 가게는 더 적자라며 있는 아르바이트생도 내쫓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카페 점주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땅값이 더 오르면 아예 가게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마포구 연남동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39) 씨는 “커피 전문점 같은 경우는 재료비보다 임대료가 비용 대부분을 차지해 땅값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그나마 줄일 수 있는 부분인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는데, 최근에는 그마저도 마땅치 않아 아예 이전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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