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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만에 수능 출제오류 ‘제로’…검토자문위원제 통했나
- 4년간 3회 출제 오류 오명 벗어
- 검토위원장+자문위원 9인 체제 효과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지난 11월 23일 치러진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문제와 정답에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 4년간 3번이나 출제 오류를 냈던 과오를 씻었다. 이번 수능부터 도입된 검토위원제도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기선)은 4일 2018학년도 수능 정답을 확정, 발표하면서 제기된 이의 신청 모두에 대해 “문제와 정답에 모두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수능 문제에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지난 2016학년도 이후 2년 만이다. 


올해 이의 신청기간 중 접수된 이의 신청은 모두 978건. 2015학년도 1338건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이 중 문제 및 정답과 관련이 없는 단순 의견 개진이나 취소되거나 중복된 의견을 제외하면 실제 심사 대상은 151개 문항 809건이었다.

수능 문제와 정답 확정은 크게 3단계를 거친다. 수능 당일 정답을 공개한 직후부터 홈페이지에서 이의신청을 받아 자체 심의를 실시한다. 자체 심의에는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출제에 참여하지 않는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다. 필요하면 관련 학회 자문도 구한다.

이후 영역별로 이의심사실무위원회를 개최해 문제와 정답에 이상이 있는지 검토한다. 영역별 심사 결과를 모아 이의심사위원회에서 문제와 정답에 있는지 최종 확정한다.

올해는 해외원조에 대한 미국 철학자 존 롤스의 입장을 고르는 ‘생활과 윤리’ 18번 문제에 269건의 이의 제기가 집중됐다.

이의신청의 요지는 정답 ③번의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을 원조 대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진술이 ‘자원이 부족한 모든 국가를 원조 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롤스의 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평가원은 “롤스는 원조의 의무를 고려할 때 대상 사회의 자원 수준이 아니라 ’정치문화‘가 극히 중요하다고 주장한다”며 “따라서 롤스는 자원이 부족한 국가만 원조 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지문에 해당하는 철학자가 존 롤스임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고르는 문제이므로 문제에 이상이 없다는 설명이다.

평가원은 “쾌락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는 쾌락주의 비판이 ‘모든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고 볼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구조이므로 ③번의 내용에 ‘자원이 부족한 모든 국가를 원조 대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2년만에 수능 출제 오류가 사라진 것은 올해부터 도입된 자문위원제도 덕분으로 보인다. 수능 당일 출제 경향 발표 당시 민찬홍 수능 검토 위원장은 “지난해 검토위원장 직책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오류가 발생해서 보완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보완책의 핵심은 종전에 검토위원장 한 사람이 해낼 수 없었던 검토 과제를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영역위원장 내지 기획위원 정도의 경험을 가진 교수 8명을 검토자문위원으로 둔 것이다.

민 검토위원장은 “저와 8명의 검토자문위원들이 독립적이고 최종적인 검토라인으로 검토 작업을 다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검토위원장이 9명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생활과 윤리‘ 18 번 등에 대해 이의신청자 중심으로 소송 등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4년전 2014학년도 수능 사회탐구영역 세계지리 8번 문항에 대해서도 평가원이 ’이상없다‘고 발표했지만 행정소송 2심에서 뒤집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16학년도 수능 국어영역 A형 19번에 제기된 행정소송에서는 2심까지 원고 패소판결이 나와 법적 분쟁의 실익이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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