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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속 기소된 두 전 국정원장…재판정서 특활비 상납 대가성 따진다
-“朴에 건넨 특수활동비 ‘대가성’ 여부가 최대 쟁점”
-“대가 바라고 특활비 줬다면 뇌물죄 성립 가능”
-“관행 따라 돈 줬다면 뇌물죄 처벌 어려울 수도”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5일 기소된 남재준(73)ㆍ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의 재판에서는 대가를 바라고 특활비를 건넸는지 여부가 주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뇌물죄는 직무와 연관된 공직자에게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줬을 때 비로소 성립하기 때문이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대가성 없이 잘못된 관행에 따라 특활비를 넘긴 것이라면 검은 돈이라 할지라도 뇌물죄로 처벌받을 수 없다.

남 전 원장과 이 전 원장은 5일 뇌물공여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남 전 원장은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5000만원씩 12차례에 걸쳐 총 6억 원을 상납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1억 원 씩 총 8억 원을 청와대에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청와대에 특활비 25억여 원을 상납한 혐의 등을 받는 이병호(77) 전 국정원장은 이날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 전 원장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왼쪽부터 남재준, 이병기, 이병호 전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

법조계에서는 전직 국정원장들의 뇌물공여 혐의가 향후 재판의 핵심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전직 국정원장들이 국정원 예산을 빼돌려 박 전 대통령에 뇌물을바친 사실이 인정되면, 국고손실 혐의도 인정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물론 법원이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전달된 특활비를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하더라도, 부적절한 예산 전용이라며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볼 가능성은 남아있다.

전직 국정원장들과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이유를 두고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직무와 관련된 공직자에게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줬다는 세 가지 사실이 모두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범죄에 개입했을 때는 직무관련성이 비교적 넓게 인정된다. 전직 국정원장들과 ’전달책‘으로 꼽히는 안봉근ㆍ이재만 전 비서관도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대가를 바라고 돈을 줬는지 여부가 양측의 최대 접전지가 되는 것이다.

검찰은 전직 국정원장들이 향후 임기나 인사, 예산 편성등과 관련해 정부의 혜택을 기대하면서 특활비를 상납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장 임명 대가로도 특활비를 건넸다고 부연했다. 국정원 비서실장 박모 씨가 파견직원을 접견한다는 명목으로 청와대에 들어가 현금을 은밀하게 전달한 점 등을 들어 부정한 뇌물 거래가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전직 국정원장들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돈을 전달했지만 정치적 관행이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관행에 따라 상급기관에 돈을 줬을 뿐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바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수사 주체인 검찰조차도 법무부에 일정 금액의 특수활동비를 전달해왔다는 사실이 피고인들의 주요한 방어논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이 전달받은 특활비를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뇌물죄 성립을 위해 반드시 입증돼야 하는 요소는 아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활비를 넘겨받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면 국고손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박 전 대통령이 돈을 받아 사적으로 썼다면 국고손실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반면 돈을 청와대 운영예산과 같은 공적자금으로 활용했다면 법정에서 법리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또다른 판사는 “영수증 없이 포괄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특활비의 성격이 법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며 “만일 돈이 청와대 예산에 편입돼 사용된 정황이 있다면 예산 항목을 유용한 것인데 이를 국고손실로 볼 것인지 여부도 양측의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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