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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 공식선언…중동 정세 일촉즉발
-“예루살렘 수도 인정, 평화 얻는 데도 필요조건”
-아랍권 극렬반발, EU 등 국제사회도 우려 표명
-외신들 “미국 스스로 평화 중재자 역할 박탈”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6일(현지시간) 공식 선언했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온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중동 지역을 넘어 전 세계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라며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의 뇌관이었던 예루살렘 지위 문제를 두고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문서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견을 통해 “전임 대통령들은 공약을 지키지 못했지만 나는 지킨다”며 “오늘의 발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의 시작을 알리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평화협정을 위해 오래전에 진작 했었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다른 주권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수도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 주권국가이며, 이를 인정하는 것이 평화를 얻는 데도 필요한 조건”이라고 이번 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국 평화협상 중재자로서 미국의 역할을 의식한 듯 “양국이 동의한다면 ‘2국가 해법’도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2국가 해법’은 1967년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를 각각 건설해 분쟁을 없앤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아랍국가와 이슬람권은 극렬하게 반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자 전쟁선포”라고 강력 비판했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하마스를 주축으로 한 아랍권 민중봉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셰이크 모하마드 빈압둘라흐만 알타니 카타르 외교장관은 알자지라 방송에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라고 말했다.

이집트와 요르단, 터키 등도 이번 선언이 국제법과 유엔 결의에 위배된다며 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도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이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중동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랍권 22개국으로 이뤄진 ‘아랍연맹’은 오는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유럽연합(EU)과 유엔 역시 트럼프의 결정에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한 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만이 “역사적이고 용감한 결정”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특히 이번 조치는 지난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온 미국의 외교정책을 뒤집는 것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 노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협상) 중재자로 오랜 기간 역할해온 미국이 스스로 그 자격을 박탈했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이날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있어 ‘정직한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남은 기대를 깨트렸다며, “예루살렘이라는 시한폭탄 도화선에 불을 붙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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