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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차사용 촉진제도, 정말 직장인 휴가를 위한 건가요?
-“연차는커녕 수당도 못 받는데…” 기업들 꼼수 빈번
- 한국인 연차 15일 중 6일 사용… ‘그림의 떡’에 불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1. 직장인 이모(34) 씨는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가 도입된 뒤 연차 쓰기가 더 어려워졌다. 회사는 연 초에 ‘연차 소진 계획서’를 걷었다. 몇 달 뒤 계획을 미리 쓰라는 게 영 불안하지만 일단 제출했다. 역시나 돌아오는 연차 날이면 늘 일은 산더미였다. 막상 연차를 쓰려니 눈치가 보여 결국 연차의 반도 못 채웠다. 이 씨는 “연차를 쓰면서 죄송해야 하는 기업 문화에서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는 무용지물”이라고 토로했다.

#2.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류모(47) 씨는 연차 휴가 절반 이상을 써본 적이 없지만, 연차수당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류 씨는 연차 수당이라도 받고 싶었지만 회사 측은 “자발적으로 연차 계획을 어긴 것이니 관련 법에 따라 연차 수당은 못준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회사에선 연차 사용촉진제도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직장인들에게 연차 사용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사진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제공=123RF]

7일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직장인들에게 연차 사용은 어려운 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유급휴가 사용 촉진제도(근로기준법 제61조)는 ▷회사에서 휴가사용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에 근로자에게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것을 요청하고 ▷만약 회사가 연차휴가를 부여했지만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회사의 금전보상의무가 면제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실제 직장 내에선 제도를 악용해 연차는 커녕 연차 수당까지 주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안모(32ㆍ여) 씨 역시 연차 휴가를 다 써본 적이 없다. 안 씨는 “연말이면 회사에서 남은 연차유급 휴가를 알려주면서 어서 소진하라고 압박하는데, 연말에 일이 많은데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여름에는 선배들에 밀려서 연차를 가을로 미뤘는데, 가을에는 눈치가 보여서 가지 못했다. 남은 연차 8일 역시 결국 내가 안 쓴 것이니 회사에선 연차 수당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직장인에게는 연차 사용을 보장하고 사용자에겐 연차 수당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연차유급휴가 회사의 경비절감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연차 사용촉진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익스피디아의 ‘유급휴가 국제비교 2015’ 통계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이 유급휴가 15일중 실제 사용하는 휴가일수는 6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브라질 직장인은 대부분 30일에 이르는 연차 유급휴가를 모두 소진했다.

고용노동부는 회사에서 연차사용 촉진제도를 악용하는 경우 노동청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차유급휴가의 사용 촉진제도는 사용자가 근로자들에게 연차휴가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근로자들의 휴가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연차소진 계획서를 회사에 제출한 뒤 당사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했다고 하더라도 연차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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