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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동맹국도 등돌린 예루살렘 선언 왜 했을까?
-‘협상가’ 본능 발휘…이-팔 분쟁타결 승부수 띄워
-정치적 위기 타개 위해 지지층 결집 의도
-“결국 미국에 재앙…국제사회 지위 약화할 것”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분쟁지역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 동맹국마저 등 돌리게 한 이번 결정을 두고 국내 지지층 결집 등 정치적 동기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한 뒤, 텔라비브에 있는 주(駐)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땅’이라고 선언한 것으로, 팔레스타인은 물론 아랍권, 유럽, 유엔 등의 반발을 샀다. 예루살렘의 최종지위를 양국 간 협상에 맡긴다는 국제사회 일치된 입장을 뒤엎는 독단적 선언이라는 점에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다는 문서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단지 3개 종교의 심장부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민주주의의 심장부”라고 선언했다. 기독ㆍ이슬람ㆍ유대교 성지라는 예루살렘의 종교적 의미를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ABC방송에 “대통령은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이 더욱 광범위한 평화협정 달성에 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지부진한 중동 분쟁에 승부수를 띄우고자 ‘협상가 본능’을 발휘해 이번 조치를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팔레스타인의 입지를 좁혀 양보를 이끌어낸 뒤 평화협정 돌파구를 찾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35% 수준의 저조한 지지율 탓에 지지 기반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 관측통들이 예루살렘 선언에서 “정치적 동기”를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 공약으로 내건 예루살렘 수도 선언을 이행해 보수 지지층 결집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의 예상은 적중했다. 발표 직후 놈 콜맨 공화당 유대인연맹 대표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이 또 하나의 주요 선거공약을 이행했다. 대통령은 현실에 기반해 일을 잘 처리하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이며, 더이상 ‘가짜뉴스’는 없을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검의 칼날이 트럼프 일가로까지 향하자, 해당 이슈에 대한 관심을 외부로 돌리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궁극적으로는 “아랍권을 넘어 미국에도 재앙”(가디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랍권 국가들이 일제히 반발한 데 이어, 미국의 유럽 우방국들도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제법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역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역시 “중동의 평화를 기대하는 관점에서도 이 결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예루살렘의 지위 문제는 양국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지위를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후원해온 10년 만에 미국이 평화 중재자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동맹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트럼프에 등돌리기 시작했다”며 “처음은 아니지만 또다시 전 세계가 보는 가운데 미국의 지위가 약화됐다”고 비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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