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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 이영학 여파? 외면받는 모금함…기부 15~20% 줄어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엎친 데 덮친 격이다.”

7일 중앙일보에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일 한 자선단체 관계자는 올 연말 기부와 모금 활동의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상흔이 시민들의 기부에 대한 관심에 찬물을 끼얹은 데 이어 기부단체 ‘새희망씨앗’ 단체의 회장과 대표는 소외계층을 돕는다며 약 4년간 5만여 명으로부터 기부금 명목으로 128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이영학 사건까지 덮쳤다. 일명 ‘어금니 아빠’로 유명한 이영학은 온갖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고 12억원대 후원금을 유용 혐의가 드러났다. 

[사진=123rf]

자선단체 관계자는 “(앞선 사건들로 인해) 올해는 기부 문화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나눔실태 2015’에 따르면 15세 이상 인구의 기부 참여율은 2011년 36.0%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34.5%, 2015년 29.8%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연말 캠페인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일련의 사건에 의한 유의미한 동향은 아직 찾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매년 연탄을 후원받아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연탄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0% 정도 기부가 줄었다”며 “가장 큰 요인은 더딘 경기 회복이겠지만, 이영학 사건 등으로 다소 냉랭해진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했다.

[사진=123rf]

기부금 사용처를 꼼꼼히 따져 묻는 기부자들도 늘었다. 한 기부재단와 복지재단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 모두 기부금이 투명하게 쓰였는지에 관심이 커졌다”며 “거리 모금 현장에서도 ‘용처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정책보고서 ‘나눔실태 및 인식현황(2016)’에 따르면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기부단체·기관의 정보공개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3.5%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4.3%였다.
 
‘한국의 기부단체·기관이 정보공개를 얼마나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72.5%가 ‘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17.1%였다.

국민대 사회학과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 사회에는 공공이익을 추구한다는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일부 조직의 부패나 기금 유용으로 불신이 많이 쌓인 상태다”고 분석했다.

일부 대기업은 기부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국정농단 사태 국면에서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에 거액이 출연해 홍역을 치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과거 500억원 이상의 기부금에 대해서만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는 이 금액을 10억원으로 낮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의심의 눈초리가 많아져 외부에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특정 단체나 스포츠 행사 등에 기부·후원하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타당성을 따져본다”며 “최대한 공신력 있는 기부단체를 선정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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