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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초’ 공직사회①]“힘든 6학년 담임만 3년째”…초등 男교사의 설움
-초등학교 10명 중 2명도 안되는 남교사
-승진 관심 없는 다른 교사들 일 떠맡아
-임용과정에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적용 목소리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서울 시내 A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사 최모(29)씨는 초등학교 교사가 된지 3년차인 남교사다. 그런데 초임부터 지금까지 3년 연속 6학년만 맡아왔다. “저 외에 남자 동기도 거의 대부분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는 그는 “이제 6학년을 벗어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얼마전 교감 선생님에 불려가 또 맡으라는 말을 들었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최 씨는 “내가 남자라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등학교 현장의 남교사 비율이 20% 이하에 불과한데 힘든 업무나 고학년 담임 배정이 남교사에 집중된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초등학교 내 남교사 비율이 교사 10명중 2명도 채 되지 않다보니 각종 기피 업무와 역할이 남교사에게 집중되고 있다. 임용 시 일정 비율의 남성을 뽑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중헤택 문제로 도입이 쉽지 않다. [헤럴드경제DB]

손형국 성균관대 교수의 ‘초등학교 남교사의 교직생활에 관한 문화기술적 연구’ 논문에 따르면 모든 교사가 5년 동안 저학년과 고학년을 고르게 맡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대다수 교사가 기피하는 6학년 담임이 남교사에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 학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는 완력이 더 나은 남교사가 고학년 생활지도에 효과적일 것이란 막연한 기대와 함께 승진을 기대하는 남교사가 무리한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점을 이용한다는 설명이다.

문제 학교 선도나 학교 폭력 해결 문제도 남교사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경력 17년 차인 교사 김모(44)씨는 “아무래도 여선생님들은 위험하기도 하고 여성과 아이를 지켜주는 역할은 남성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다보니 남교사가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교사 박모(30)씨는 “체육교사는 당연히 남교사가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고 잡다한 일도 남교사가 떠맡는 경우가 많다”며 “대부분 빨리 집에 가서 아이를 봐야 한다는 핑계가 많은데 워킹맘인 여교사의 고충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지나친 부분이 없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30~40명 남짓한 교사 중 관리직을 제외한 남자 평교사가 2~3명에 불과하다보니 매번 업무가 남교사에게 집중돼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호소한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교사의 여성비율은 2011년 85.7%에서 지난해 87.42%로 5년새 1.72%포인트 증가했다. 교사가 다른 직업보다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전통적으로 경력단절을 우려하는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인 탓이 크다.

서울교대가 특정 성별 합격자를 모집 인원의 75~80%로 제한해 20~25%의 남학생을 기본적으로 뽑고 있지만 성비불균형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실제 임용고시에 통과하는 남자 교대생은 이보다 훨씬 적은 15% 남짓이기 때문. 올해 초 서울지역 유치원 및 초등교사 임용 발표 결과 합격한 남학생은 15.47%에 불과하다.

초등교사 성비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다른 공무원처럼 교사 임용 고사 역시 특정 성이 일정 비율을 넘지못하도록 하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대 모집에서도 남학생에 쿼터를 배정하고 임용에서도 다시 일정 비율 남학생을 선발하면 이중 혜택이라는 비판이 나올수 있다”며 “그렇다고 아예 교대 선발에 남학생 비율을 두지 않으면 임용때 합격시킬 남학생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발달과정을 위해서라도 남교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나는 남교사는 아이들이 가족이 아닌 남성을 접하는 첫 상대”라며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적정한 수의 남교사를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남교사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남녀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 교사가 승진에 관심이 없어 행정업무를 맡기 싫어하는 상황에서 관리자들 역시 전체 교사에 고루 업무를 나누기 보다 남교사나 경력이 적은 여교사에 떠미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업무 과중의 문제가 비단 남녀의 문제 뿐 아니라 ‘권력 배분’의 문제기도 한 셈이어서 이같은 관행이 개선이 남교사 증원에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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