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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번아웃’ 연말②]올해 ‘연차휴가’는 다 쓰셨나요?
-연말 직장인 ‘연차 소진’ 눈치싸움 치열
-“바쁘고 눈치보여”…없는 핑계 만들기도
-“업무 상황 맞춰 탄력적 운용 필요해”


[해럴드경제=유오상 기자] 12월이 되면 상당수 회사 내에서는 ‘연차 사용 눈치 싸움’이 펼쳐진다. 바쁜 업무 탓에 계획했던 휴가를 가지 못한 직장인들이 많지만 연말 특성상 일도 몰리고 회사마다 승진과 전보 등 인사발표 있어 남은 연차 사용은 언감생심이다.

한 중견기업에서 일하는 직장인 박모(26ㆍ여) 씨는 올해 처음 받은 연차에 대한 소진 계획을 연초부터 세웠지만, 막상 연말이 되도록 4일을 쓰지 못한 상태다. 남는 연차를 돈으로 받을 수도 없다는 말에 박 씨는 남은 한 달 동안 이리저리 연차 사용을 고민했지만, 직장 선배들도 연차를 쓰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연말에 일이 몰리면서 박 씨는 사실상 남은 연차 사용을 포기했다. 박 씨는 “회사 선배들도 ‘다들 그렇다’며 위로해줬지만, 여름휴가 때 바쁘다며 연차 사용을 막은 상사에 대한 원망이 아직도 남아있다”며 “TV에서는 연차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데, 나와는 동떨어진 얘기 같아 더 슬프다”고 했다.

계획했던 연차를 쓰지 못하는 직장인들을 위해 지난 2003년 ‘연차사용촉진제도’가 도입됐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오히려 악화됐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류모(36) 씨는 “미리 연차 소진 계획을 받아가면서 이를 다 쓰지 못했을 때 주던 금전 보상이 사라졌다”며 “연차를 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달 직장인 767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연차를 모두 사용한 직장인은 22.3%에 불과해. 올해 연차를 다 사용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596명 중 39.4%는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라고 답했고, 뒤를 이어 ‘업무가 많아서’가 37.9%를 기록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46.4%에 그쳐 기업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서도 지난해 기업들의 연차 부여일 수는 평균 15.1일이었으나 사용일수는 7.9일(5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사용률이 높은 공기업과 외국계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의 연차 사용률은 더 낮아진다.

특히 남은 연차가 많은 직장인이 몰리는 연말에는 먼저 연차를 쓰려고 각종 ‘꼼수’까지 동원된다. 아예 비행기표를 먼저 예매하고서 상사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있지도 않은 가족 행사를 만들어 연차를 소진하려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성모(31) 씨는 “지난해에도 12월에 연차 하루를 쓰려고 부모님 병원을 모시고 가야 한다는 핑계를 댔다”며 “서로 쉬려다 보니 생긴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연차를 쓰는 건가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연차 사용 제도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대원 노무사는 “회사가 직장인들에게 1년 휴가 계획을 미리 받게 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부분이 있다”며 “연차 사용 계획을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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