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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엔 존댓말·동남아인엔 반말…“저도 한국인인데…차별에 웁니다”
혼인귀화 24만명…여성이 89%
차별경험자, 가정 만족도도 낮아


비자 문제로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간 캄보디아인 B(23) 씨는 얼마 전 불쾌한 일을 당했다. 창구에서 백인 여성에게 존댓말로 대하던 사무소 직원이 자신에겐 아무렇지 않게 반말로 서류에 관한 설명을 해준 것. 기본적인 한국어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B씨는 직원의 행태가 잘못됐다는 것을 분명 알았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B씨는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내가 불만을 제기하면 오히려 피해를 받을 것 같아 그냥 꾹 참고 넘어갔다”며 “날 처음보는 사람들이 대뜸 반말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익숙하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결혼이민가정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의 벽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이민자 중 한국에 체류 중인 결혼이민자는 2015년 기준 혼인귀화자를 포함해 약 24만 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여성이 약 89%를 차지한다. 여성의 경우 출신국적이 중국 23.2%, 베트남 19.2% 등이 가장 많고 동남아시아 10.9%, 필리핀 10.1%, 일본 9.7%이 그 뒤를 이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적 차별을 경험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의 ‘2015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가정 1만8000여 가구 가운데 40.7%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됐다.

3년 사이 이웃 등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응답도 높아졌다. 집안에 어려움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의논할 사람이 없다는 대답이 30%나 됐다. 38.9%는 여가ㆍ취미생활을 같이할 상대가 없고, 30.2%는 자녀교육 관련 의논 상대가 없다고 대답했다. ‘외롭다’는 응답도 31.4%에서 33.6%로 높아졌다.

문제는 결혼이민 여성이 사회적 차별 경험을 겪을 경우 이민 남성들과 달리 가정에 대한 만족도도 낮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여정원)이 내놓은 ‘결혼이민자 사회적 차별경험이 한국생활만족도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결혼이민자가 겪는 사회적 차별경험은 한국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 배우자와의 관계만족도, 자녀와의 관계만족도를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혼이민자가 지각하는 차별경험이 한국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뿐만 아니라 가족구성원의 핵심인 배우자, 자녀와의 관계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남성결혼이민자의 경우 차별경험을 겪으면 한국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만 낮아질 뿐 배우자와의 관계만족도나 자녀와의 관계만족도는 모두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별에 따른 영향 차이는 여성의 이민의 목적 차이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선주 여정원 연구위원은 “남성의 경우 단순히 돈만 벌려고 오는 경우가 많다면 여성은 결혼이 이민 목적인 경우가 많다. 아내이자 엄마로서 한국 생활을 하는 것이 전부인 상황에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면 결혼 생활 자체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며 “게다가 결혼이민여성 대부분은 사회 경험이 적은 어린 연령대여서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성이 겪은 사회적 차별이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정원 관계자는 “엄마가 겪은 사회적 불평등이 자녀 관계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결국 사회적 차별 경험이 간접적으로 자녀에게 되물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는 곧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이들의 사회 만족도까지 저하시키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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