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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힙합 디스하다 법정行…무분별 혐오ㆍ욕설 ‘처벌’ 받나
-래퍼 블랙넛 모욕 혐의 불구속 기소
-“힙합계 만연한 여성혐오에 각성 계기”
-“음원은 왜 통신매체 아니냐” 비판도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여성 래퍼 키디비(본명 김보미·28)를 모욕한 혐의를 받는 래퍼 블랙넛(본명 김대웅ㆍ29)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힙합 음원 가사에 등장한 ‘디스’로 어떤 처벌까지 받게 된 사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홍종희 부장검사)는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가사를 쓴 혐의(모욕 혐의)로 지난해 12월 중순쯤 블랙넛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블랙넛은 앞선 6월 키디비를 성적으로 모욕하는 가사가 담긴 투 리얼(Too Real)’, ‘인디고 차일드(Indigo Child)’ 등의 곡이 문제가 돼 고소를 당했다. 


이번 재판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 리스너들 사이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힙합 속 여성혐오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힙합 가사에 반영된 여성혐오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주기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지만 대상을 특정하지 않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주에서 벗어나 있었다.

이번 재판을 앞두고 여성 리스너들 일부는 블랙넛의 처벌로 힙합 속 여성혐오 전반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힙합 리스너를 자처하는 김수현(27ㆍ가명) 씨는 “힙합의 자유로움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성 래퍼를 가사로 성희롱하거나 성형, 화장발 등 외적인 부분을 가지고 비하하는 가사가 난무한다. 여성 팬층을 겨냥한 아이돌 래퍼조차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다. 회의가 든다”고 말한다.

김 씨는 “리스너들 사이에서도 여성은 ‘여자분이 (남자들이 듣는 힙합을 좋아하다니) 대단하다’는 차별 발언을 듣거나 ‘얼굴 보고 따라다니는 가짜 팬’이라며 수준을 평가절하 당한다. 적어도 특정인을 거론한 여성혐오에 대해서만큼은 처벌 선례가 마련돼서 이런 분위기 좀 바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진모 문화평론가는 “상대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신 공격은 디스가 아니라 낭비적 언어소비”라고 지적했다. 임 평론가는 “흑인 랩 음악은 백인 지배 사회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솔직하게 표현하는 저항 문화다. 이러한 본질에서 벗어나 공격성과 혐오만 남은 욕설은 디스 문화라고 할 수도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앞서 경찰에서 적용한 성폭력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를 ‘음원을 통신매체로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적용하지 않은 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음원 사이트에서 누구나 들을 수 있고 검색만 하면 SNS에도 해당 가사가 퍼져있는 상황인데 왜 통신매체로 볼 수 없냐는 것이다. 재판 중에도 문제의 음원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데 따른 비판도 나온다.

법률전문가들은 해당 재판에서 블랙넛이 모욕죄가 인정될 경우 해당 음원이 불법 정보로 분류돼 유통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가연 오픈넷 변호사는 “모욕죄가 인정될 경우, 멜론 등 음원 유통사가 자발적으로 유통을 중지할 수도 있다”면서도 “해당 조치가 빠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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