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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차 막는 적법주차 차량 밀어버리면…보상은?
서울시 등 9개 시·도만 보상 조례 마련
보상액 산정놓고 피해자와 갈등 가능성
소송땐 애먼 소방관들 곤란 업무 위축


[헤럴드경제 이슈섹션] 지난달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 계기로 소방 출동 중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에 방해가 되는 차량을 이동시키거나 위급한 경우 파손도 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소방 당국의 강력한 강제 처분이 예고됐다.

이들 차량만 없었다면 인명 구조가 한층 수월할 수 있었다.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코너에는 화재 진압 때 불법 주차 차량을 강제로 치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이 계속 이어졌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차량 파손 등으로 인한 재정 부담이나 소송 제기 가능성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고민은 적지 않다.

현행 소방기본법상 긴급 출동한 소방차량의 통행이나 활동에 방해되는 주·정차차량은 제거 또는 이동시킬 수 있다. 이때 발생한 불법 주차 차량의 피해는 배상받을 길이 없다.

그러나 민간인 피해가 불법 주·정차 차량이 아닐 경우 시·도지사가 보상해야 한다.

소방관이 적법하게 주차된 차량 유리창을 깨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옮기거나 견인하는 과정에서 차량이 훼손됐다면 그에 따른 손실 보상을 지자체가 책임지는것이다.

현행법에 따라 관련 조례를 마련한 지자체는 서울, 부산, 경기 등 9개 시·도다.

문제는 적법하게 주·정차한 차량이 훼손됐을 경우 손실액이 전액 보상될지 여부인데, 전담팀 가동 이후 차량 훼손에 따른 손실 보상 요청이 접수된 적은 한 차례도없다.

이달까지 3개월 남짓한 기간 11건의 손실 보상 요청이 있었지만 80%가량이 10만∼50만원짜리 출입문 훼손 건이었다.

보상 요청 금액이 200만원 미만일 경우 전담팀이 자체적으로 처리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 손실 보상 심의위가 처리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아직 차량 손실 보상 명목으로 심의위가 열린 적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손실을 본 시민이 심의위 결정에 불복할 경우 30일 이내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고, 이것마저 기각되면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차량 파손은 손실 금액이 큰 만큼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량 소유주가 보상 금액에 불만을 품는다면 소송 제기는 불 보듯 뻔하다. 이럴경우 소방관들은 금전적 문제를 피해가더라도 참고인 자격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적법하게 주차한 차량 파손에 나서는 데 따른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지자체가 조례나 시행규칙을 꼼꼼하게 만들어야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에 전념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값비싼 수입 차량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화재에 따른 재산 피해액보다 지자체의 손실 보상액이 커질 수 있다”며 “소방활동이 위축되지 않고, 민간인도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가 행정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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