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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 ‘평창비토권’…“안 즐길 자유를 허하라”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2030의 숨은 코드는 ‘안 즐길 자유’다. 국가적 행사란 명분, 고리타분하다. 평창에서 굳이 평창을 즐겨야 할 이유도 없다. 평창 숙박 값보다 평창 롱패딩ㆍ스니커즈 판매 값이 더 관심이다. 2030의 진짜 속내다.
문화체육관광부ㆍ여론조사 전문기관 메트릭스가 최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평창 올림픽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를 2030 A씨의 목소리로 재구성해봤다.

평창 올림픽? 당연히 중요하다. 아니, 중요할 것이다. 국가로선 말이다. 허나 내 인생으로 보자면? 평창 올림픽이 성공할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다.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성공할 것’, 혹은 ‘실패할 것’이라 답하지 않은 건, 솔직히 관심이 없어서다. 댓글로 따지자면, ‘무플’ 같은 것.

#국민페이_이제 그만
올림픽 성공을 위해선 국민적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열정페이’를 요구하는 이 사회 기득권과 닮았다. 정말 필요한 건 감성이 아닌 이성이다. 방문객 편의시설, 경기 인프라, 현장 근무여건 등부터 바꿔야지. 여전히 이 사회는 ‘국민페이’에 기대고만 있는 건 아닐까.
표로...<평창 올림픽이 성공할까? 잘 모르겠다 - 20대 22.8%ㆍ30대 27.9% / 40대 15.9%ㆍ50대 16.4%>

#굳이 평창에 가야하나
평창 때문에 굳이 휴가를, 돈을 쓸 이유는 없다. 주변에 평창을 향하는 이들 역시 목적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평창 알바)이거나, 또 누군가는 미래를 위한 투자(자원봉사)를 위해서다. 중요한 건 ‘목적’이다. 내 인생과 비용을 투자할만한 분명한 가치가 없다면 굳이 평창에 갈 이유는 없다.
표로...<올림픽 성공의 최중요 요소는 ‘국민적 관심’이다- 60대 이상 72.2%, 20대 47%>

#알바가 먼저 #평창 경험은 덤
난 평창 알바를 택했다. ‘평창 올림픽을 경험하는데, 거기에 돈까지 벌 수 있어서’가 아니다. ‘돈을 벌 수 있는데, 덤으로 평창 올림픽도 경험할 수 있어서’다. 비슷해보여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때문에 시급에서부터 숙박 조건, 근무시간까지 꼼꼼하게 따졌다. 그 결과, 내가 택한 건 로봇 시운전 보조 알바다. 올림픽 기간에 운영될 ‘평창 로봇’을 보조해주는 업무다. 주 5일 근무에 월 180만원. 4대보험에 식사 제공도 확인했다.
표로...<20대가 올림픽 즐기는 법 - 경기장에서 직접 관람 4%, 자원봉사 13.4%, TV시청 85.5%>

#치어리더_우체국 근무원 #알바천국 등록 평창알바 18건
2만여명에 이르는 자원봉사단 일원으로 합류한 내 친구도 마찬가지다. ‘열정’ 하나로 자원봉사하라는 건 단호히 거부한다. 발 빠르게 봉사단끼리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이곳을 통해 각종 정보와 애로사항이 오간다. ‘행사 일정을 미리 공지해달라’, ‘전문분야와 무관한 직무배치가 문제’, ‘숙박시설로부터 거리가 1시간 이상인데 입석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등의 불만과 요구가 이 곳을 통해 공유된다. 자원봉사라도 요구할 건 요구하고 할 말은 하겠다는 의미다.

요는, 평창을 거부하겠다는 게 아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평창을 즐기겠다는 거다. 평창 숙박 지도 못지않게 평창 경기 시청을 즐길 수 있는 홍대 치맥집 지도가 궁금하다. 평창 올림픽 기간에도 이용 가능한 강원도 스키장 정보도 알고 싶다. 국가를 위해 평창에 가진 않아도 알바나 자원봉사 등을 위해 기꺼이 평창에 갈 수 있다.

A부터 Z까지 동원되는 건 정확히 20년 전 1988년 서울 올림픽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평창 무관심까지도 관심있게 대우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그게 2030의 속내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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