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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혈은 나를 위한 보험인데…
지난 2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헌혈의집 강남센터. 여대생 2명이 긴장된 얼굴로 들어왔다. 헌혈의집 자원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전자문진실로 향한 이들은 컴퓨터에 개인 건강 상태, 해외 여행 여부, 약 복용 여부 등의 정보를 기입했다. 이후 전문가와의 문진을 거쳐 최종 헌혈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헌혈이 좌절됐다.

김모(21) 씨는 “친구와 함께 의미있는 일을 하고자 용기 내서 처음 왔는데 아침에 먹은 감기약 때문에 헌혈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문진실 옆에 있는 채혈실에는 대여섯 명의 헌혈자들이 팔에 주사바늘을 꽂은 채 혈액 400㎖와 함께 검사용 혈액 26㎖를 뽑았다. 대부분 10대나 20대였다. 이들은 5분 만에 헌혈을 마치고 ‘의무 휴식’을 취하기 위해 대기실로 향했다. 헌혈자들은 헌혈 직후 대기실에서 15분간 의무 휴식을 가진다. 헌혈의집 관계자들은 그 사이 이들의 안색을 살피는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이번이 두 번째 헌혈이라는 고등학생 이후석(19)군은 “학교 봉사시간을 채우고 영화티켓도 받는 즐거움도 있지만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뿌듯함도 있다”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헌혈을 할 의향이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헌혈은 원칙상 만 16세부터 가능하다. 고등학교에선 헌혈 1회가 봉사시간 4시간으로 인정된다.

강남센터는 서울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헌혈의집으로 하루 평균 70여 명이 찾는다. 헌혈의집은 헌혈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헌혈에 참여한 이들에게 영화관람권 2매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날 강남센터에는 젊은 커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여자친구와 정기적으로 헌혈의집을 방문한다는 대학생 김병욱(25) 씨는 “고등학교 때 처음 헌혈을 해본 후 계속 오고 있다”며 “친구 부모님께서 수술을 받으셨을 때 내가 모아둔 헌혈증서를 전해준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만큼 뿌듯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중장년층도 간간히 보였다. 한 달 만에 헌혈하러 왔다는 직장인 김종순(43) 씨는 군대시절 헌혈을 처음 접한 이후 15년 째 정기적으로 헌혈에 참여 중이다.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준 헌혈증서만 100여 장에 달한다는 김 씨는 “지금 젊고 건강하기 때문에 헌혈을 하는 것 뿐”이라며 “나중에 내가 아플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수도 있으니 ‘마음의 보험’ 삼아 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말했다. 이어 “나중엔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으니 건강이 허락한 이상 꾸준히 헌혈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경자(46) 헌혈의집 강남센터 과장은 “보통 헌혈을 하던 사람이 계속 오는 경향이 있다”며 “헌혈 기준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헌혈로 타인을 돕는 동시에 본인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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