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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출하고 결제하고…‘IT 공룡’ 시장잠식에 유럽 금융업계 ‘초긴장’
플랫폼ㆍ빅데이터ㆍ자금력 ‘삼박자’
中기업, 온라인 결제 시스템의 강자
기존 은행권 “대체 가능성 우려”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유럽 금융업계가 페이스북,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공룡기업의 금융사업 진출에 ‘벌벌’ 떨고 있다. 올해부터 유럽에 도입된 ‘오픈뱅킹 법안’과 맞물려 IT 기업이 핵심적인 고객관리를 맡고, 기존 금융기관은 저수익 부문을 담당하며 ‘뒷방’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유럽에 도입된 오픈뱅킹 법안으로 기존 금융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은행들은 고객의 요청이 있으면 해당 고객정보를 IT 기업을 포함한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IT 기업에겐 기회다. 고객의 거래 데이터를 입수, 금융거래와 관리를 더 쉽게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컨설팅 기업 액센츄어의 조사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각 기업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미국 소비자들은 70~90%에 달했다.

유럽 금융업계는 세계적인 디지털 플랫폼과 누적된 빅데이터, 막강한 자금력을 갖춘 IT 공룡기업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랄프 하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오픈뱅킹 법안이 IT 기업에게 금융시장의 문을 열어준 꼴”이라면서 “그들은 은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벌고 이를 사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는 상당한 위협이 된다”고 FT에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스페인계 투자은행인 BBVA의 프란시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페이스북과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가 기존 은행을 대체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과의 전면전에 나서면서 기존 은행들은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곤잘레스 회장은 “금융 안정성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엄청난 변화에 대해 당국이 어떤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실제 IT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금융서비스에 손을 대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1년부터 자사 플랫폼에 가입된 소매상을 대상으로 최저 연 6%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아마존 렌딩’(Amazon Lending) 서비스에 나섰다. 비용부담으로 시장 진입을 포기하는 업체들을 아마존의 플랫폼으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이용자들이 만들어낸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는 아마존의 핵심 자산이 되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2월 캐나다 핀테크 회사와 손잡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광고비를 후불로 받는 금융서비스 ‘차지드’(Charged)를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또 최근 아일랜드에서 전자화폐 취급기관으로 승인받았다.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자사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를 바탕으로 5조5000억달러(약 6002조원) 규모 중국 결제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전 세계 재무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된다.

FT는 “은행들이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더 많은 작업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IT 기업에 더 의존하게 된다”고 말했다.

IT 기업이 콘텐츠와 서비스, 데이터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IT 기업들은 러시아 선거 개입 이슈, 조세 회피, 극단주의 콘텐츠 게시 등으로 비판을 산 바 있다.

영국 보험회사 로이즈오브런던의 브루스 카네기 브라운 회장은 “페이스북과 아마존의 사이버 보안, 데이터 보호 등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며 “이들 기업에게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해 좀 더 책임을 가지라고 말하는 분위기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곤잘레스 회장은 “은행들은 은행 내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있다”며 “IT 기업들이 배포하는 플랫폼에는 이와 같은 수준의 책임이 적용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또 다른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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