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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투] 101명의 ‘변호인’… 성폭력 피해자 손잡고 ‘위드유’
-미투 피해자 지원 위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 구성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용기 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고통받으신 많은 분들과 함께 그분들을 대신해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김수희

“주목받고 싶었냐고 묻지 마십시오. 이런 일로 주목 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성폭력 피해자 홍선주

“그때는 왜 말하지 않았냐는 질문을 수없지 받았습니다. 그때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성폭력 피해자 이재령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이윤택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가해자 처벌을 촉구했다.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5일 ’미투(#MeToo) 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여성인권단체와 공동변호인단 101명이 피해자와 함께 결성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5일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윤택의 성폭력을 최초로 고발한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는 이날 “어제 이 자리를 상상하며 힘들겠구나 생각은 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이 힘들다. 양해 부탁드린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서지현 검사의 폭로기사를 통해 극단을 나온 후 무던히 잊으려 했던 이윤택이란 이름이 떠올랐다”며 “이런 끔찍한 환경에서 눈치나 보며 작업을 계속해야한다면 그렇게 만든 공연으로 어떻게 관객과 현재를 나눌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발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피해자들을 향해 “용기 내지 않으셔도 된다”며 “우리의 일상은 너무나 소중하며 나를 사랑해주는 지금 주변 사람들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많이 응원해주시고 끝까지 지켜봐주시면 된다. 고통받으신 많은 분들과 함께 그분들을 대신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증언에 나선 이재령 음악극단 콩나물 대표는 “(과거에도) 고발하려 했지만 캐스팅에서 제외되거나 정신이 이상하다는 공개적 모욕을 듣고 힘든 스탭일로 내쳐졌다”며 “(이번 시도가)공소시효에 상관없이 무려 30년 넘게 반복된 이 끔찍한 범죄를 철저히 진상조사해 연희단 거리패를 지나온 우리 모든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란 점을 반드시 밝힐 좋은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순서로 피해자 증언에 나선 배우 홍선주 씨는 “왜 이제서 말하냐느냐고 묻지 마시고 이제라도 말해줘 다행이라 해달라”면서도 “연희단거리패 출신인 여러분, 많이 아프실거라 생각한다. 더이상 서로 미안해하고 원망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연희단출신이라는 이유로 색안경 끼고 바라보지 말기를 부탁드린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는 이날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 어렵고 2차 피해가 많다는 언론 보도가 많아 피해자가 위축될까 걱정됐다. 처벌에 성공한 사례와 2차 피해에 단호히 대처한 사례가 많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다. 반민족행위자처벌특별법처럼 소급입법 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다수의 피해자가 있고 성폭력이 오랜 기간 계속되면 소급입법을 하는 방안과 2차 가해를 하는 사람을 엄히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산 성폭력반대 연극인행동 활동가는 “미투에 참여한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비호하는 이들로부터 비난받거나 피해가 있다고 알려진 극단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 지원과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27년째 반 성폭력 운동을 하지만 이런 폭발적 반응은 처음이다. 미투 운동은 그동안 성폭력 문제에 공분했던 사람들뿐 아니라 피해자 비난하고 의심하던 사람들까지 미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전국에서 연 10만 건 성폭력 상담을 하는 모든 분들께도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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