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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5 남북합의-3국 정상들의 ‘3각셈법’] 문재인, 운전자론 가속 美설득 총력…트럼프,“北 좋았다” 비핵화 물음표…김정은, 통큰 합의로 체제보장 노려
4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골자로 한 ‘3·5 남북합의’가 발표됐다. 김 위원장은 ‘선대 유훈’을 언급하며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고, 문 대통령은 취임 1년도 안된 시점에 북한 정상과의 만남을 끌어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아주 좋았다”는 한마디로 ‘남북합의’에 긍정 신호를 보냈다. 여기까진 ‘좋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상황을 낙관키는 어렵다. 각 국 정상들의 속내는 다르기 때문이다.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주 내용으로 한 ‘3·5 남북합의’가 발표되면서 한반도 시계가 더욱 빨라졌다. 남북합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경계를 표하는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대통령, 한반도 운전석에 앉았지만 결정적 키는 쥐지 못한 문재인(왼쪽) 대통령, 파격적인 합의안을 발표했지만 속내가 여전히 물음표인 김정은(오른쪽) 위원장, 3국정상들의 3각 셈법은 여전히 복잡하다. [연합뉴스]

▶트럼프 ‘북한, 비핵화는 어떻게 하나?’=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반응은 나쁘지 않다. 3·5 남북합의 발표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들에게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과 북한에서 나온 발표들이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의 장에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뼈있는 말도 남겼다. 그는 “(북한 비핵화 논의가)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재 때문이기도 하다며, 중국으로부터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남북 합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만 보면 일단 북미 대화 가능성은 열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날 발표된 남북합의 내용에는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다. 당장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비핵화를 향한 믿을 수 있고 검증 가능하며, 구체적인 조치를 보기 전까지 북한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전히 대북 압박 정책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는 필살기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필살기’란 북한이 이미 개발된 핵무기까지를 완전히 폐기하는 상세 실행계획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미국은 어떻게 생각하나?’=7일 청와대에 따르면 정의용 특별수석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8일 미국으로 간다. 일행은 미국에서 1박 가량 머물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결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정의용 수석특사는 전날 발표에서 ‘북한이 미국을 향한 별도의 메시지’가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해당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비핵화 단계별 로드맵이 주요 내용일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을 다녀온지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에 대북특별사절단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앞선 두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은 이후 남북관계가 다시 꽁꽁 얼어붙었는데, 이는 미국측의 확고한 동의가 바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과거 두차례 남북정상회담의 ‘학습경험’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과의 확고한 공조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해빙무드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우물 숭늉’ 등의 발언을 한 것 역시 미국과의 공조를 위한 ‘남북 화해 속도조절용’이었다는 해석도 여전하다. 

2018평창동계패럴림픽 북한 선수단과 대표단이 7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 4월 말 예정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 장소로 알려진 판문점 인근 남북출입사무소에 전광판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김정은 ‘우리식 민주주의, 체제 보장 담보 어떻게?’ 방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체제보장’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체제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엔 ‘비핵화’가 불가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 외에도 북한의 인권 문제와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국제 테러 지원 등을 소재로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펜스 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했을 때 북에 억류됐다 사망한 웜비어의 아버지와 함께 올만큼 북한을 최악의 국가로 묘사한 바도 수차례다.

북한은 그간 비핵화의 조건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폐기’를 요구해왔다. 이는 유엔을 비롯한 세겹 네겹의 각종 대북 제재 정책의 완화와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다. 미국측에는 미국 독자제재를 완화시키고, 남한 측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규모와 기간 등을 줄이라는 요구를 할 공산도 있다. 핵항공모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금지 등을 요구할 개연성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폭격기 등을 동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조건에 대해서는 미국과 대화를 위해 합의문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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