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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 개강 표정①]“졸업 안 할거면 돈 내”…취준생 울린 ‘졸업 유예금’
-‘졸업 시점’ 따지는 기업 탓…유예금내고 학생 신분 유지
-졸업 유예금 폐지 법안 국회 상임위 통과…학생들 ‘반색’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취준생 유모(26) 씨에게 올 봄은 유독 잔인하다. 이번 학기에도 70만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졸업을 유예했기 때문이다. 두 학기째 졸업을 미루며 학교에 낸 돈이 100만원이 넘지만 그 대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1학점짜리 수업과 열람실 이용이다. 유 씨는“4년간의 대학 생활 동안 취업엔 수수방관하던 대학이 졸업 못했다고 수십만원을 받아가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취업 재수ㆍ삼수를 감수하며 구직 중인 졸업유예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새학기에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취업 빙하기에 장기 취준생이 늘어나는 상황에도 대학은 졸업 유예생들에게 수십만원을 부과하는 졸업 유예금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내놓은 ‘졸업유예제 운영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 197곳 가운데 130곳이 졸업유예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유예생 규모만 1만5000여명이고 이들이 낸 등록금 총액은 33억7000만원에 달했다.

이들 졸업유예생 대부분 대학 규정에 따라 1학점 이상 수업을 들으며 적게는 10만원부터 많게는 8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의 경우 졸업 유예에 69만원이 필요했다. 최소 수강 학점이 없더라도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졸업 유예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단국대는 18만원 상당을 내야 유예할 수 있다. 

[졸업유예시 의무적으로 1학점 이상 수강하도록한 대학교 학칙. 사진=서강대학교 홈페이지]

학생들은 이같은 졸업유예가 졸업을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기 때문에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수의 기업들이 졸업 후 공백기가 긴 구직자를 선호하지 않다보니 최대한 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평가원이 500대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을 조사한 결과에도 채용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 1위가 ‘최종학교 졸업시점’(19.6점)으로 나타난 바 있다.

대학들이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졸업유예금 제도를 고수하자, 정치권에서는 해당 제도를 폐지하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하지만 졸업유예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법안은 지난달 말에서야 겨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상임위를 통과했다. 당장 올해 1학기 유예생들은 또 다시 수십 만원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다는 소식에 졸업유예를 앞둔 학생들은 반색하고 있다.

막학기를 앞둔 대학생 정인영(26) 씨는 “대학은 영리기관이기 이전에 교육기관인데 대학평가 때문에 학생들을 사회로 내몰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어학시험 응시료부터 인적성 교재 구입비 부담만으로도 부모님께 죄송하다. 유예금이 폐지되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졸업유예금 폐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빠르면 올해 2학기부터 졸업 요건을 모두 갖추고도 학위취득을 유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졸업유예생이 무조건 1학점을 듣는 등의 수강 의무도 사라질 전망이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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