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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동네부터 바꾸자” 학원강사·서점주인·기자… 구의원 무소속출마 선언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 싫었는데…
촛불계기, 참여민주주의에 눈떠


후보들은 기자ㆍ광고회사 직원ㆍ학원 영어강사ㆍ책방주인 등 각자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 선거운동 시작도ㆍ지역구도 다르다. ‘무소속 출마’라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 ‘단체 공약’ 하나도 준비하지 않았다. 공유하는 것은 ‘우리 동네 정치부터 바꾸자’는 막연한 목표 하나 뿐이다.

평균나이 35세, 정치경력 ‘0(제로)’. “대통령도 끌어내렸는데 내 동네라고 못 바꿀소냐”라는 슬로건으로 무장한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참가자들을 지난 25일 마포구 염리동 서점 ‘퇴근길 책 한잔’에서 만났다. 이곳은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가 시작된 곳이자, 참가자들이 주말마다 모여 모임을 갖는 그들만의 ‘아지트’다.

현재 처음 프로젝트를 제안한 책방주인 김종현(35) 대표 외 차윤주(36ㆍ여), 곽승희(31ㆍ여), 김정은(38ㆍ여), 이주명(36) 씨 등이 각 지역구에 후보자등록을 하고 열띤 선거운동을 진행중이다.

12년차 기자였던 차 후보는 ‘투명한 기초의회’, ‘동네 골목길 정리’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아름답고 깨끗한 동네, 여성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 구의원이 되고 싶은 이유란다.

처음부터 정치에 뜻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오랜시간 국회와 시청 등 정책기관에 출입해왔지만 되레 ‘정치가 정말 싫었다’고 했다. 정치인들의 개인들의 삶과 동떨어진 의정활동, 밥그릇 싸움만 하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촛불 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모습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촛불혁명으로 큰 정치는 달라졌지만 생활에 밀접한 단위는 여전히 그대로인 것 같다”면서 “제일 작은 단위부터 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차 후보는 6월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노고산ㆍ대흥ㆍ염리동 지역구에 출마한다.

곽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금천구(다) 지역구에 출마한다. 출마 목표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판’을 지역구에 조성하는 것”이다. 이 판 이름도 ‘예술 살롱’으로 벌써 정했다.

영등포(라) 지역구에 출마하는 김 대표는 “프로젝트 참가자 상당수는 이전까지는 구의원이라는 게 있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라며 “말로만 하는 민주주의가 아닌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하려는 목표를 앉고 출마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4월 1일,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는다. 구의원출마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후보들 스스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거운동 외에도 기자회견과 출마선언문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무소속 출마기 때문에 여러 부분에서 큰 제약이 따른다. 후보자들은 ‘출마 과정이 힘이 들다’고 토로했다. 무소속인만큼 후보자들을 스스로 홍보하는 데 더욱 많은 힘이 들어간다.

망원2동, 성산1동, 연남동 지역구에 출마하는 김정은 후보는 이에 독특한 명함을 제작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다. 김 후보는 “명함은 나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 현재 명함”이라며 “지인의 도움으로 재미있는 명함을 제작해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힜다”고 말했다. 곽 후보는 “선거는 마케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공약에 신경을 쓰고 싶은데, 나를 알릴 수 있는 방식을 찾느라 힘이 든다”고 했다.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음악을 제작한 음악가 김재형(29) 씨는 기탁금을 마련하지 못해 출마를 단념한 경우다.

그는 “구의원에 출마하려면 200만원의 기탁금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 졸업하고 마땅한 경제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이는 생활비보다 큰 돈이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다른 후보자들의 선거활동을 돕는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 씨는 “(구의원 출마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지역이 어떻게 돌아가고,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실패 여부를 떠나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우·구민정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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