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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개’ 폭언 사과 꼬리내린 장제원…경찰 “진정성 없다” 냉담
‘폭언은 카메라앞, 사과는 SNS에?’
“선거 의식한 반쪽짜리 사과” 비난
일부선 “힘 보여줬다” 사과 수용
“한국당, 격조있는 정치하라” 일침


‘미친 개’ 발언으로 경찰의 공분을 샀던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뒤늦게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일선 경찰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6월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우려해 형식적으로 사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장 의원은 27일 늦은 저녁 SNS를 통해 “거친 논평으로 마음을 다치신 일선 경찰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나는 경찰을 사랑한다. 의정생활 중 4년을 행정안전위원으로서 경찰과 함께했다. 경찰의 인권과 권익향상, 예산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경찰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원이 울산지방경찰청의 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수사에 반발해 경찰을 ‘정권의 사냥개’, ‘미친개’라고 논평한 지 5일 만이다. 논평 직후 수천여 명의 경찰들이 “사냥개나 미친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의 문구를 들고 인증샷을 올리는 등 집단적으로 반발하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장 의원의 ‘정치 경찰’ 주장은 변함이 없었다. 장 의원은 “논평은 경찰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울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일부 정치경찰을 겨냥한 것”이라며 “경찰이 국민의 공복으로 더 사랑받기 위해서는 권력을 추종하는 정치경찰을 반드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선 장 의원의 사과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경찰 내부망엔 28일 오전에도 ‘미친 개’ 발언에 항의하는 인증샷 다수가 게시됐다.

일선의 한 경감급 경찰은 “뒤늦게 사과를 하긴 했지만 진정성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며 “‘미친 개’ 발언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해놓고 왜 사과는 한밤 중에 SNS로 하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경찰은 “6월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니 경찰이 아닌 자유한국당에 사과한 것 아니냐”며 냉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커뮤니티 ‘폴네티앙’의 유근창 회장도 “경찰들은 (장 의원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공개적인 사과를 할 것으로 지속적으로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SNS에 글만 남긴 것은 진정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며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향후 법적 대응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폴네티앙은 장 의원의 발언이 경찰 조직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 여부를 논의 중이었다.

일부 경찰들은 장 의원의 사과가 아쉽지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경정급 경찰 간부는 “늦은 감이 있지만 장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한국당은 이제부터라도 격조있는 정치 활동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미친 개’ 발언 파문으로 경찰도 하나의 주권자임을 명확하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내부 분석도 나온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입법권을 가진 이들이 갑의 지위에서 막말을 해도 경찰이 아무 항의를 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경찰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며 “시대가 바뀌면서 더 이상 갑의 자세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경찰도 하나의 주권자임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r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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