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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미투운동이 정치적 파괴력을 가지려면
“얼굴 반반해서 그럴 줄 알았지. 얼굴은 OOO이 대통령상이었어.” 한 50대 택시운전사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사건이 터지고 이렇게 말했다. 믿었던 인물을 열심히 지우고, 새로운 인물을 찾는다. 기성세대 보수 정치인으로.

답이 없는 거다. 한 민주당 소속 충청남도 지역 정치인은 “충남은 이제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 백중세가 됐다”고 전했다. 진보 아니면 보수로 양분된 상황에서 진보가 싫으면 보수를 택해야 한다. 진영 문제가 아닌데, 진영 문제처럼 간다. 보수당을 찍으면 일상적 성추행이 해결되나.

정치권은 미투운동을 ‘결사적’으로 정치도구화하지 않는다.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 당시, 폭로랍시고 연방 무대에 올렸던 사태와 결이 다르다. 분명히 상대진영에 치명적이지만, 처절하게 공격하지 않는다. 말만 늘어놓다가 말았다. 본인들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미투운동은 지뢰다. 상대가 밟으면 좋고 아니면 말고. 이걸 캐내고 쪼아서, ‘우리도 이런 사람이 있네요, 저쪽에도 있어요’ 할 용기가 없다. 폭로전으로 가면 다 죽는다. 5월, 보수당에서 터지면 역풍은 그대로 다시 돌아온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방조범이다. 힘없는 이들이 용기를 짜내 폭로할 때, 내부 고발할 의지가 없다. 사생활도 다 안다며 측근이라 자랑하던 이들이 그것만은 몰랐단다. 정치권 관련 대나무숲에는 “똑같은 쓰레기면서 미투운동 지지하고, 여성인권 운운하는 꼬락서니 보면 헛웃음만 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래서 파괴력이 없다. 정치판 자체가 문제라 바꾸지 못한다. 안희정 사태가 터지면, 안희정만 죽는다. 정봉주 터지면 정봉주가 죽는다. 대안 세력이 없으니 정치지형이 바뀌지 못한다. ‘촛불급’ 혁명이라고 했지만, 광화문엔 아무도 모이지 않는다.

개헌, 일자리 문제가 미투운동을 점점 잠식한다. 개헌엔 민주주의, 사회주의 논쟁이 붙었다. 일자리 상황이 악화하자, 성장 대 분배란 지루한 다툼도 생긴다. 그런데 미투운동이 나오면 ‘진영 문제가 아니다’란 소리가 나온다. 그러니 정치인 하나 잡고 끝난다.

각 집단엔 정치적 세력이 붙는다. 기업엔 보수가 붙고, 시민단체엔 진보가 붙는다. 그런데 미투운동엔 세력이 없다. 그러니 누구도 죽을 각오로 물고 늘어지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지방선거까지 미투가 생명력을 가지진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보수 기득권을 겨냥한 촛불집회가 성공한 원인은 진보라는 진영에 대항할 힘이 있어서다. 그런데 젊은 여성에겐 힘이 없다. 피해자를 대변할 이들도 없다. 세력화해야 미투운동이 혁명이 될 수 있다. 될 수 있으면 권력이 없었던, 인물과 정당이어야 한다.

안희정 사건이 터지고 나서, 충남에 내려가 만난 한 학생은 “투표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 사람도 그런데, 누구라고 자유롭겠어요”라는 이유에서였다. 미투에서 자유로운 정당을 찾지 못했다.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면 이들이 뭉칠 수 있다.

그런데 소수 정당은 여전히 중심 현안 가지고 싸운다. 안보 말하면 비슷한 말 조금 바꿔 한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안보 문제만 나오면, 우리 말이 참 안 실리네”하면서도 똑같다. 강성 안보 원하면 정통 보수 찍지 개조 보수 찍겠나. 진보도 힘있는 진보가 우선이다. 진보, 보수 싸움해서 소수정당이 2중대 역할 벗어난 역사가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미투운동은 적폐청산에 버금가는 시대정신을 담았다. 진보, 보수 아닌 제3세력을 말하려면 미투운동을 세대혁명으로 다가서야 한다. 나서서 솎아내고 자유로워지면, 대안이 된다. 그래야, 미투운동도 소수정당도 살 수 있다.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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