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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품 수거 논란]“음식물 묻은 비닐, 우리가 닦아야 할 판”…경비원의 한숨
-수거 안내해도 주민 습관 바꾸기 어려워
-“제대로 버려달라고 하면 되레 화내” 한숨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경비원들 말을 주민들이 들을 것 같아요?”

지난 2일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의 경비원 유모(62) 씨가 쓰레기통에서 생크림이 묻은 비닐봉지를 치우면서 말했다. 그는 비닐류 재활용 쓰레기통에 붙여진 안내문을 가리키며 “우리가 백번 설명해봤자 사람들의 습관을 바꾸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우리 할 일만 늘어난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폐비닐과 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한 사태는 환경부가 원상복귀 방침을 밝히면서 일단락 됐지만 아파트 내 혼란은 여전했다. 특히 아파트 경비원들은 오락가락 정책에 ‘동네 북’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사진=쓰레기로 넘치는 일반쓰레기 함.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서울 은평구의 다른 아파트 쓰레기 분리수거장에는 음식물이 묻은 비닐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이물질이 묻은 비닐류와 스티로폼은 재활용이 불가하다고 안내문에 쓰여있지만 과자, 떡볶이, 라면 등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 아파트 경비원 박모(59) 씨는 “그냥 버리면 안된다고 몇번을 설명했는데도 소용이 없다”며 “제대로 분리수거 하라고 하면 왜 갑자기 정책이 다르냐고 뭐라 하고, 재활용업체가 안 가져가면 더러워졌다고 결국 우리한테 뭐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며칠 전 아파트에서 비닐류 수거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이후 비닐류 쓰레기의 양은 확실히 줄어든 상태였다. 평소의 1/5~1/6밖에 차지 않았다. 그러나 비닐류를 모두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바람에 일반쓰레기 양이 훨씬 느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일반 쓰레기함은 종량제 비닐봉지에 담긴 쓰레기로 넘쳤고 바닥에는 쓰레기로 가득 찬 종량제 봉지가 뒹굴었다. 이를 치우는 것도 역시 경비원의 몫이었다. 

[사진=대부분의 아파트 재활용함 앞에는 이물질이 섞인 비닐류는 재활용이 안된다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지만 비닐봉지에 음식물이 묻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아파트 경비원들은 앞으로 재활용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지 않을 것같다고 우려했다. 경비원 유모(62) 씨는 “보통 출근길에 비닐봉지에 음식물을 담아서 버린 뒤 음식물이 묻은 비닐봉지를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바쁜 출근길에 나중에 치우겠다는 사람들과 실랑이할 수도 없고 나중에 치운다는데 강요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가 치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람들이 버린 음식물이 묻은 비닐을 손수 씻어서 직접 분리수거 했다는 경비원도 있었다. 경기도 고양시의 아파트의 경비원 오모(68) 씨는 “업체가 비닐류가 더럽다고 안 가져간다고 하자 급한 마음에 더러운 비닐들은 꺼내 씻었다”며 “주민들에게 잔소리 하느니 내가 고생하는 게 속 편하다”고 밝혔다. 

[사진=재활용 업체가 수거해가지 않은 종이 박스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현재까지 비닐류와 폐지 등을 처리할 국내 선별업체를 구하지 못한 재활용업체가 있기 때문에 재활용 수거 거부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용산구의 아파트 경비원 윤모(64) 씨는 “정부가 원상 복귀한다고 해도 당장 쓰레기를 가져갈 곳이 없다는데 그들이 가져가겠느냐”며 “며칠 째 분리수거장 폐지를 수거해 가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경비원들이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 없으니 뉴스에서 더 많이 안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활용품 분리수거 논란 와중에 폐비닐을 버리지 말라는 경비원을 폭행한 아파트 주민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주민 A씨는 지난 1일 김포시 운양동의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분리 수거장에서 “비닐을 버리면 안 된다”고 제지한 경비원 B씨의 얼굴을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을 당한 B씨는 귀가 찢어지는 등의 심한 상처를 입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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