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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그만뒀으면 좋겠다’ 발언, 해고통보”
회사측 “훈계했는데 스스로 퇴사”
직원 “해고통보로 사직서 독촉”
법원 “회사의 일방적 근로 종료”


회사 부사장이 직원에게 ‘일을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해고 통보로, 근로자가 부당함을 다툴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김정중)는 의류 유통업체 마리오아울렛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마리오아울렛 팀장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회사 부사장으로부터 “앞으로 직접 업무보고를 하지 말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 무렵 회사로부터 징계통보를 받았던 A씨는 조치가 부당하다고 다투던 중이었다. 일주일 뒤 부사장은 다시 A씨를 불러 “업무보고를 일주일 째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와서 사과를 안했다”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동안 부르지 않으면 안온다는 건 일할 마음이 있는게 아니다”며 “일을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가 “그만두라는 말씀이냐”며 재차 물었고, 부사장은 “나와 같이 근무하기 안맞다”고 말했다.

A씨는 해고당했다고 생각해 이튿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회사 대표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마음아픈 건 마찬가지인데 열심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는 답신만 돌아왔다. 그런데 회사는 해고통지 대신 사직서를 빨리 제출하라고 독촉했다. A씨는 해고당했다고 여겨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회사는 계약직이었던 A씨의 정식 채용을 거부한 것으로 사안을 처리했다. A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 사건을 가져가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고, 회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회사는 재판에서 부사장 발언을 해고 통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상급자로서 훈계를 했는데 A씨가 스스로 퇴사했다는 것이다. 부사장이 A씨를 해고할 수 있는 인사 결정권자가 아니었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부사장의 발언은 회사의 일방적 의사로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므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회사 대표이사는 해고 통보를 전제로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부사장은 독단적으로 발언한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의 지시 또는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았다며 A씨에 대한 해고를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고도예 기자/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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