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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부모가 SNS에 올린 아이 사진, ‘아이도 동의했나요?’
[헤럴드경제 TAPAS=김상수 기자] 베르캄프(39ㆍ네덜란드, 가명) 씨는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국제결혼 부부다. 

네덜란드에서 만나 연애, 결혼했고, 출산에 맞춰 처가가 있는 한국에 머물렀다. 최근 베르캄프 씨는 아내와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면서 “한국을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발단은 베르캄프 씨의 아내가 페이스북에 올린 아이 사진에서다.

편집 이해나 디자이너


   아이 허락이 필요 vs 불필요

아내는 당연히(?) 사랑스러운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SNS에 올렸다. 프로필 사진도 아이 사진으로 바꿨다. 이를 알게 된 베르캄프 씨는 반대했다. 당장 사진을 지우라고 했다. 이유인즉, “아이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거다.

“아직 의사표현을 못 하지만 아이도 분명한 하나의 인격체인데, 아무리 부모라도 본인 허락 없이 본인 사진을 올리면 안 되죠. 아이가 올려도 된다는 의사표현을 하기 전까진 아이의 사생활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출처 123rf

같은 이유로 베르캄프 씨는 아이가 세례받는 걸 반대하고 있다. 베르캄프 부부는 둘 다 천주교 신자다. “아이가 천주교를 종교로 갖길 원하지만, 이 역시 아이가 선택할 몫”이란 게 베르캄프 씨의 생각이다. 종교를 선택할 자유를 부모가 뺏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네덜란드와 한국의 차이일까?


네덜란드는 소위 ‘안 되는 게 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유럽국가 최초로 1993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 2001년엔 동성애자의 결혼ㆍ이혼을 허용하는 법을 시행했다. 마약, 성매매, 낙태, 안락사 등도 모두 합법화돼 있다. 그 기저엔 개인의 인격을 최우선하겠다는 문화가 깔렸다. 한 개인이 선택하는 데에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여한다. 

반면, 한국은 유교사상에서 기인한 공동체 문화가 뿌리깊다. 베르캄프 부부의 인식 차는 특히나 다른 양국의 문화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만 치부하기엔 찝찝한 뒷맛이 있다. 네덜란드의 특수성을 차치하더라도, 과연 한국은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있는가.


   아이 목욕 때 꼭 해야 할 것

유아를 대상으로 한 부모 교육에서 최근 주목받는 게 ‘아이 목욕법’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아이를 목욕시킬 때 ‘허락’을 구하는 절차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성기 등 사적으로 민감한 부위를 씻길 때엔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가 의사표현이 가능할 때에는 “내가 너의 성기를 씻겨주어도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의사표현이 어려울 시기엔 최소한 “불가피하게 내가 너의 성기를 씻겨줘야 한다”는 의사전달이라도 해주라는 말이다. 이는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대우해주는 절차다. 

한국은 아들 ‘꼬추’를 내놓고 자랑스레 증명 샷을 남기던 나라였다. 비록, 예전 같진 않지만, 목욕 시 부모가 아이에게 “씻겨줘도 되겠느냐”고 허락을 구하는 것, 여전히 낯설다. 마치 유행과도 같은 SNS 상의 아이 사진 포스팅도 그 연장선이다. 베르캄프 씨의 아내도 남편이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한다. 


   동의 없이 아이 사진 올리면 부모라도 고소대상

편집 이해나 디자이너


지난 1일 베트남 언론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는 최근 청소년에게 본인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 등 개인 정보를 SNS에 올리면 부모라도 고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 초안을 마련했다. 

2016년엔 오스트리아에서 한 18세 소녀가 본인의 어린 시절 사진을 동의 없이 수년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이유로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뉴스가 알려진 바 있다. 추후 이는 사실무근인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를 계기로 부모ㆍ자녀 간 소송 가능성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었다. 

같은 해 프랑스에선 ‘부모가 자녀 사진을 포스팅하는 건 아주 위험한 일일 수 있다’는 경고가 사회적으로 크게 회자됐었다. 거론된 문제점은 ▷추후 아이가 상처받을 가능성 ▷아이의 신상정보 노출 ▷성범죄자의 표적 가능성 등이다. 

한국에선 초상권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규정은 없으나, 인간 존엄과 가치권을 다룬 헌법 10조에 기초, 일반적인 인격권에 초상권을 포함시키고 있다. 때문에 초상권에 연령적 구분이 없고, 당연히 자녀와 부모 간에도 초상권 침해가 가능하다. 이론적으론 그렇다. 실제로 자녀가 부모를 상대로 초상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아직 없다. 

진민정 대구대 연구원은 “많은 부모가 자녀를 가장 위하는 사람이 본인이라 생각하지만, 자신들이 포스팅한 자녀 사진 등 때문에 자녀가 나중에 고통받을 수 있다”며 “SNS에 자녀 사진을 올리는 행위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떠나서도,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자녀는 부모의 무엇일까. 네덜란드인 베르캄프 씨에게 비친 한국 부모의 모습은 이렇다.

“아이를 통해 마치 내 삶을 완성시키려는 것 같아요. 끈끈함이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론 아이를 마치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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