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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폐와 예술 사이②] 그래피티 성지 ‘신촌 토끼굴’이 달라졌어요
-토끼굴을 그래피티 전시공간으로…서대문구의 실험
-유명작가 작품 비치…그래피티 프리존도 마련
-“그래피티 양성화 유도…공존 모범사례 만들겠다”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서울 서대문구가 ‘그래피티’(길거리 그림)를 구의 대표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구는 최근 신촌동 경의중앙선 신촌역 옆 어두운 터널인 일명 ‘신촌 토끼굴’을 그래피티 전시 공간과 작업 장소로 꾸몄다고 4일 밝혔다.

길이 65m, 폭 4.5m인 ‘신촌 토끼굴’은 그래피티의 성지라고 불릴만큼 거리 예술가들에게 상징적인 터널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에서 그래피티 문화가 퍼질 때 활동지로 주목받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사진=그래피티 전시 공간과 작업 장소로 바뀐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경의중앙선 신촌역 옆 ‘신촌 토끼굴’ 모습.  제공=서대문구]

구 관계자는 “일부 주민에게 소음, 악취 등 피해를 주는 그래피티 행위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한 사업”이라며 “주민과 그래피티 작가 모두가 만족하는 모범 사례를 남기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방문객은 터널 곳곳에서 그래피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름난 그래피티 작가 레오다브(최성욱) 씨가 직접 그린 윤동주 시인, 유관순 열사, 이한열 열사 등 작품도 발길을 기다린다. 안산(鞍山)과 홍제천, 독립문 등 구의 명소를 표현한 작품도 터널 벽에 칠해져 있다.

그래피티 작업은 ‘그래피티 프리존’으로 둔 터널 일부 공간을 활용하면 된다. 다만 작품에는 퇴폐적인 소재가 없고, 정치적인 표현이 있으면 안 된다. 작업 허용시간은 오후 11시부터 익일 오전 5시까지다. 주로 새벽에 작품활동을 하는 그래피티 작가들을 위한 배려다.

구는 이와 함께 터널 안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새로 설치하고 외부에는 바닥 포장을 새로 까는 등 환경정비도 진행했다. 터널 곳곳에 보안등과 목재 진입로를 둬 안전성도 높였다.

레오다브 작가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신촌 토끼굴’은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길거리 예술존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실험의 성공을 기대했다.

문석진 구청장은 “사업지가 문화와 예술, 지역을 잇는 거점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관광명소화 사업처럼 서대문구를 문화예술 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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