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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이 사람] 최환 변호사 전두환·노태우 구속의 주역“반복되는 역사가 부끄럽다”
반성없는 전두환회고록 비판
MB의혹 부실수사가 불신 초래
검사는 한번 손대면 끝을 봐야

1995년 12월 2일 아침,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하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내가 가만 생각해보니 저 사람 그냥 보내면 안 되겠더라고요. 만약 하나회가 움직이고 전통이 ‘나를 따르라’ 하면 또 쿠데타지 뭐에요?” 서울지검장으로서 95~96년 12ㆍ12, 5ㆍ18 특별수사본부를 지휘했던 최환 변호사는 당시의 급박함을 이렇게 기억했다. “하나회 소속 군인들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청와대의 연락도 있었다.

검찰은 그날 바로 구속영장을 발부 받고, 이튿날 아침 합천으로 수사관들 보내 전 전 대통령을 안양구치소로 압송했다. 결국 전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전직 대통령으로서 2번째로 구속됐다. ‘헌정 최초로 전직 대통령 2명을 구속 기소한 검사장’ 최 변호사를 지난 1일 서울 반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주고-서울대 정치학과 △서울지검 공안부장 △서울지검 1차장검사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지검장 △대전고검장 △부산고검장 △노근리사건정부조사단 자문위원 △율곡인권상, 백범법조인상 수상

최 변호사는 대전지검 검사로 근무하던 80년 전두환 신군부가 주도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내무분과위원으로 파견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전 전 대통령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떠올렸다. 서울지검장으로 그를 다시 만났을 때, 수사 검사를 통해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겠다더니 이게 뭐하는거냐’고 묻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

95~97년 특수본 수사와 재판 결과를 통해 5ㆍ18은 민주화운동으로 공인됐다. 하지만 발포 명령 논쟁과 북한군 개입설 등은 지금도 나오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발간한 회고록에서 5ㆍ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으로 표현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수사를 하면서 (광주 민주화운동을) 북한 인민군이나 폭도의 소행이라고 할 만한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재판에서도 그게 아니라고 결론이 났다”며 “왜 그런 회고록을 또 써서 내느냐”고 말했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서 광주시민들이 도청을 점거했다는 보고를 받고, ‘신속히 진압해라. 그 힘이 부족하면 전투 개념으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며 “전투라는 건 발포 의미가 내포된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이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고 강조했다. 97년 4월 대법원은 전 씨에 대해 80년 5월 27일 광주재진입작전 당시 살상 명령을 내린 혐의로 내란목적 살인죄를 확정 판결했다.

최 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이른 특별사면과 미납된 추징금을 아쉬워했다. 전ㆍ노 전 대통령은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ㆍ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대선 직후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전격 특별사면을 결정해 복권됐다. 최 변호사는 대전고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였다. 그는 “만약 서울지검장을 계속 하고 있었으면, 금방 사면이 될 줄 알았다면 추징금부터 해결했을 것”이라며 “수사할 때 두 대통령에게 추징금 낼 돈 따로 마련해두라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 말을 따랐지만, 전 전 대통령은 돈을 잘게 쪼개 차명으로 숨겼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2205억 원 추징금을 선고 받았지만 현재까지 절반에 불과한 약 1155억 원을 냈다. 2013년 추징금 공소시효를 늘리는 일명 ‘전두환 추징법’을 만들고 검찰이 가족 재산 등을 환수한 결과다. 노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16년 만에 2628억 원의 추징금을 완납했다.

최근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전직 대통령 구속 사례는 4명으로 늘었다. 최 변호사는 전ㆍ노 전 대통령의 수천억 원대 뇌물 수수, 내란 혐의 등을 수사하며 “평생 검사를 해도 다시 다루지 못할, 다뤄서는 안 될 큰 사건”으로 여겼지만 반복되는 역사가 부끄럽다고 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조사 거부로 애를 먹는 후배 검사들이 안타까운 동시에, 10년 동안 거듭된 검찰ㆍ특검 수사에서 무혐의 결론을 낸 다스(DAS) 실소유와 비자금 조성, 도곡동 땅 의혹이 왜 이제야 드러났느냐며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검사가 말이야, 한번 손대고 이상 끝 하면 다시 손댈 일이 없어야지. 수사도 하고 특검도 했는데 지금 죄가 나오면 앞에 한 사람들은 뭡니까. 그렇게 하니까 검찰이 불신을 당하죠.”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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