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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긴박했던 인질극 현장…참극 막은 ‘경찰 대응’
16일 오후 1시 10분. 외투를 푹 뒤집어 쓴 피의자 신모(62) 씨가 건물에서 나왔다. 신 씨는 수갑과 포승줄을 두른 채 경찰관 여러명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3시간 남짓 긴박했던 인질극 현장이 종료된 순간이었다.

17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무직인 신 씨는 이날 오전 10시24분께 마포구의 한 건물 7층 요양원 사무실에 흉기를 들고 난입했다. 손에는 직접 쓴 A4용지 6장 분량의 유인물과 떡이 들려있었다.

유인물에는 “(노숙자인들은) 이 사회 곳곳에서 수시로 발생한다. 그런데 정치권은 실효성 없는 대책에 머무르고 있다. 노숙인 자활센터들은 ‘침식(숙식)’만을 제공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노숙인들을) 퇴실 조치한다. …”고 적혀 있었다. 노숙인들의 복지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직접 작성한 듯 글씨는 삐뚤삐뚤 했고, 신 씨는 유인물 곳곳에 글을 펜으로 세 줄씩 그어 지워내고 있었다. 신 씨는 사무실에 있던 사회복지사 2명에게 “떡을 먹으며 유인물을 읽어봐 달라”고 요구했다.

복지사들은 당황했다. 신 씨가 수개월전에도 튀김과 분식류를 사들고 이곳 사무실을 찾아온 적이 있는데, 복지사들과 신 씨는 일절 인면식이 없는 사이였기 때문이다.

복지사들은 신 씨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했지만 신 씨가 무섭게 돌변했다. 출입문 쪽으로 가더니 손잡이를 걸어 잠그고선 “죽여버리겠다”고 혼잣말로 중언부언하기 시작했다. 그때 신 씨가 가지고 있는 신문지 뭉치 사이로 칼과 같은 물건이 보였다. 깜짝 놀란 복지사들은 사무실 내실로 도망쳤다. 그들은 문을 잠근 뒤 112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관할 마포경찰서 형사팀, 서울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과 경찰특공대를 모두 현장에 투입했다. 내실에 숨어있는 복지사 두 명의 안전이 최우선이었기에 신 씨를 달랠 전문가과, 돌발 사태시 진압할 인력이 동시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장에 투입된 위기협상팀은 신 씨와 대화에 나섰다. 신 씨를 안정시키면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신 씨는 협상에 나선 경찰에게 “한때 일부 국회의원실에 전화를 걸어서, 노숙인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잘 들어주지 않았다”고 하소연했다. 또 국무총리 등 고위관료와 면담을 주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위기협상팀이 신 씨를 달래는 동안, 다른 경찰관들은 갇힌 피해자들을 안정시키려고 힘썼다. 피해자들과 통화상태를 유지했고, 피해자들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인지도 확인했다.

피해자 안전이 확보되고, 신 씨의 긴장이 느슨해졌다 확신한 경찰은 오후 1시 10분께 특공대 병력을 투입해 신 씨를 제압했다. 신 씨가 가지고 있던 신문지 뭉치 사이에서는 30㎝ 가량의 긴 칼이 나왔다. 피해자들의 순발력과 경찰의 재빠른 조치가 큰 위기를 막은 것이다.

체포된 신씨는 “왜 그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닫았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통해서 신 씨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신 씨는 현재 무직으로 강서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3년 2월께 요양원이 위치한 건물 다른 층 고시원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건물주인 송모(64ㆍ여) 씨는 “신 씨는 건물에 거주하던 당시에도 찌라시를 뿌리고, 횡설수설하는 등 문제가 컸던 사람”이라며 “한번은 건물 2층에 난입해, 문을 걸어 잠그고 창밖으로 제작한 종이를 뿌리며 국가기관과 대화하고 싶다고 요구했다”는 일화를 털어놨다.

이 건물 관계자라고 밝힌 A 씨는 “그 당시 언론사가 많이들 와서 신 씨의 의견을 들었는데, 원하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그때 기억을 갖고 있다가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신 씨가 이처럼 5년전 취재진을 불러내는 데 한 차례 성공했고 이날 같은 범행을 저지른 만큼, 취재진이 이날 사건현장에 모여 들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에 경찰의 위기관리는 더욱 빛났다.

신 씨와 협상을 벌이던 경찰은 이날 기자들에게 미리 연락을 해왔고, 현장에 나와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취재진이 나오면 신 씨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경찰의 요청에 취재진도 협조했다.

때때로 사건 현장에서 언론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현장에 난입해서 수사기관의 업무에 훼방을 놓는 경우도 빈번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다뤄지는 소재다.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는 인질극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날 같은 인질극 상황에서는 취재진을 배제한 경찰의 대응이 현명했다고 생각된다. 경찰의 차분한 대처에 박수를 보낸다.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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