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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서 냉면” “개성서 한복 셀카”…대북관 바뀌는 젊은층
남북정상만남후 벅찬 감동 지속
“같은 입맛·뿌리 가진 민족” 실감
대동강 맥주…개마고원트래킹…
북한 문화 향한 관심도 폭발적


남북 정상의 인간적인 만남이 남북관계에 냉소적이었던 젊은 층의 인식마저도 바꿔놓았다. 지난 27일 열린 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젊은층은 어린 시절 옅은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남북 정상들의 만남이 눈 앞에서 다시 성사되자 벅찬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하면 전쟁과 독재부터 떠올렸던 젊은 층들은 이제 북한의 문화, 북한의 삶을 향한 호기심을 통해 통일 이후의 삶도 그려보고 있다.

냉면을 먹으러 북한에 가고 싶다는 대학생 조성현(24) 씨는 “군복무를 거치며 북한은 적이라는 인식만 강했는데, 북한이 평양 옥류관 냉면까지 준비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녹아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생애 한번은 평양에 가서 평양냉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보수단체도 대통령을 환송한 걸 보면 많은 이들이 같은 입맛,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이라는 걸 실감하고 있는 게 아니겠냐”고 들뜬 목소리로 반문했다.

직장인 김유리(28) 씨는 “개성 한옥마을에서 한복 셀카찍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상회담 후 인터넷에 북한 문화와 관련된 컨텐츠가 넘쳐난다. 북한이 남한보다 발전은 더뎠지만 개성 한옥보존지구처럼 잘 보존된 문화유적도 많다고 하더라. 한국이 고속성장하면서 잃어버렸던 것들이 아직 남아있겠다고 생각하니 보물상자 같은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색과 관계 없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가슴이 벅차올랐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성은아(27) 씨는 “현 정권에 비판적이었던 주변 사람들마저도 정상회담 하는 모습에는 감동하더라. 두 정상이 남한에서 한컷, 북한에서 한컷 사진 찍는 평화로운 모습에 남북이 휴전중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뻔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열풍에 정상회담 이후 주말 양일간 온라인은 북한 관련 컨텐츠가 넘쳐났다. 젊은층은 북한 대동강 맥주부터 개마고원 트래킹에 나서면 볼 수 있는 장관에 이르기까지 이전까지 알지 못했고 알 생각도 없었던 북한 문화를 향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면 젊은층 사이에서도 남북 화해무드를 넘어선 ‘통일’ 자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특히 통일된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살아가야 할 10대층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고등학생 이채영(18) 양은 “전쟁 걱정이 줄어드는 건 환영이지만 급작스레 통일이 돼 경제가 휘청이면 지금 중고등학생 세대가 제일 많은 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라며 “개인적으로는 남북관계가 좋았던 모습이 기억에 없다보니 실감을 못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젊은 층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기성세대보다 낮은 편이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각각 41.4%, 39.6%에 불과했다. 50대와 60대에서는 같은 응답이 각각 62.0%, 67.0%였던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해외 주요 외신 역시 한국 정부와 젊은 층이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오늘날 한국 젊은 층이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와 북한의 전체주의를 재통합하는 일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비용이 필요한 통일보다 청년 실업같은 국내 문제에 관심이 더 많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남북이 하나 된 평창 올림픽으로 시작해 남북정상의 ‘인간적인’ 만남으로 이어진 훈풍이 젊은층의 냉소를 다소 누그러뜨리면서, 이같은 현상에도 균열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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