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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사람 잡는 살인기계? “신도시 우후죽순 크린넷 가동 중단을
-쓰레기 자동집하 시스템에 빨려 들어가 사망사고
-1조 혈세 투입됐지만 잦은 고장으로 가동률 낮아
-환경오염에 치명적…“주민 불안 가중 폐기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지난달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크린넷’을 점검하던 근로자가 순식간에 쓰레기 수거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쓰레기 자동 집하시설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환경운동본부 (이하 공선협 환경운동본부) 등은 지난 2일 오전 11시께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크린넷 철거를 촉구했다. 이 자리에는 수도권 인근 파주 운정, 송도국제신도시, 김포한강신도시 아파트 입주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공선협 환경운동본부 등은 지난 2일 오전 11시께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환경운동본부 제공]

앞서 지난달 24일 남양주 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서 ‘크린넷’을 점검하던 근로자 A(38) 씨가 지하에 있는 관 속에 빨려 들어가 목숨을 잃었다. A 씨는 사고발생 5시간 만에 100m가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이 아파트의 크린넷의 흡입력은 초당 90m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쓰레기 수거기 ‘크린넷’은 최근 신도시를 중심으로 설치된 쓰레기 자동 집하 시스템이다. 쓰레기를 넣으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여 지하에 연결된 수거 관을 통해 집하장으로 이동된다. 지난 1996년부터 현재까지 경기ㆍ인천ㆍ서울ㆍ세종ㆍ대전 등 전국 40여개 지역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설치됐고 약 70여만 세대가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국 신도시 입주자 70만세대 200만명으로부터 가구당 250만원씩 약 1조7000억원을 부담해 설치됐다.

김선홍 공선협 환경운동본부장은 크린넷 사고는 “이미 예고됐던 비극”이라며 “사람 목숨을 빼앗아 가는 살인기계”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이 쓰레기를 버리다 또 어떠한 참변을 당할지 모른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주 운정신도시 김문규 입주자 회장은 “우리 단지에서도 크린넷을 수리하던 관리소 직원이 몸체가 빨려 들어가다 주변직원 도움으로 안경만 잃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남양주 별내 신도시 크린넷 사고 현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환경운동본부 제공]

크린넷이 평소 고장이 너무 잦아 가동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한 아파트에선 입주 8년 동안 크린넷은 2년만 가동됐고, 그동안 493번 고장이 났다. 결국 주민들 찬반투표를 통해서 91.5%가 시설을 폐기하기로 하고 대신 종량제(RFiD)로 변경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재 파주시는 국토부 고시를 이유로 변경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반발해 감사원에 파주시와 크린넷 관련 기관을 감사해달라는 공익감사청구를 하기도 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기각했다. 주민들은 감사원에서 항의집회를 3개월째 하고 있는 상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역시 수천억 원을 들여 크린넷을 설치했지만 일부 가동률이 10%에 그치고, 전력소모 또한 설계대비 20배 이상인 것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바 있다.

환경 오염 문제도 제기된다. 크린넷은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를 하나의 관로로 이송해 둘이 섞여 재활용이 어렵다. 공선협 환경운동본부 측은 “아파트 내에 쓰레기차 안 다니고 매연을 없앤다고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악취를 만들고 환경 오염에도 치명적”이라며 “밖에는 두 가지 관이 있지만 안에 들어가면 모두 섞이기 때문에 사료나 비료로도 쓸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발생한 인천 송도 지역의 악취의 주범 역시 ‘크린넷’”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작용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사안이었다. 공선협 환경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 수없이 검찰에 고발을 했고, 이번 정부에도 환경부, 국토부, 국무총리실에 크린넷이 불법 환경오염시설이라고 진정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선협 관계자는 “정부와 감사원이 한번만 현장에서 직접 조사했다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났을 것이고, 이번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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