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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경협 풍선 부푼다…전문가 “까다로운 북한법 이해부터”
“美 대북제재 쉽게 풀리진 않을 것”
비핵화·인권문제 풀어야 사실상 가능
정부 ‘대외송금’ 등 제도정비도 필요
북한 고유법 이해해야 리스크 줄여


법조계 남북경협 전문가들은 북미정상회담 결과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신중론을 내놓는다. 그만큼 기업들은 리스크 대비를, 정부는 주식회사 제도와 대외송금 등 법제화를 미리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통일법제팀 간사를 맡고 있는 임형섭 변호사는“국제연합(UN)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미국도 독자적인 결의안, 법안 등을 통해 남북경협을 제한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풀지 않으면 사실상 경협이 불가능해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파주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연합뉴스]

미국의 대북제재강화법은 2016년 2월 발효됐다.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만을 겨냥해 만든 제재법안으로 북한의 금융과 경제에 관한 전방위적 제재를 골자로 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와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의 전원 석방, 자유로운 정치활동 허용 등 조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임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비핵화만 주로 언급되고 있지만 인권문제도 큰 걸림돌”이라며 “법에 명시된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킨 후 미국 의회의 승인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북제재가 쉽게 풀리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쿠바의 경우에도 지난 2015년 미국과 수교를 맺었지만 대북제재강화법처럼 경제적 봉쇄를 가하는 ‘쿠바민주화법’이 남아있어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남북경협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투자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법무부 통일법무과 검사 출신인 이병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사업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엑시트(Exit)라는 투자금 회수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며 “물론 정부가 가이드를 제시하겠지만 기업 자체적으로도 최소한의 투자 원금은 확보할 수 있도록 제반 리스크를 분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철도와 가스 사업에 나선 기업들은 중국과 러시아와의 국제 계약관계를 분석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에 우호적인 법률환경을 조성할 필요성도 있다. 이수현 법무법인 세종 남북경협팀장은 “출자한 만큼 비례적으로 수익을 나눠갖는 주식회사를 비롯한 회사 관련 법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강산, 나진-하산 프로젝트 관련 자문을 맡으며 북한을 4번 방문했던 그는 “외국인 투자자를 위해 대외송금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기업의 북한 진출에 대한 우리 측 정부의 개입을 점차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지평의 북한팀 소속 채희석 변호사는 “미얀마, 베트남 등 최근 체제개방한 나라들도 실제 투자에 나섰지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 북한 법제에는 국민들 상대로 한 조세, 토지, 회계 법률이 없는데, 외국인에만 적용되는 법이 따로 있다”면서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와 함께 경제, 정치 등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투자를 해야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진 않겠지만, 앞으로 대북제재 해제와 함께 교류가 급진전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은 여전하다. 임 변호사는 “벌써부터 파주 일대에 ‘제2 개성공단’을 조성한다, 대기업이 진출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과거 개성공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외국자본과 국내 대기업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부 당국이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나진ㆍ선봉과 신의주ㆍ단둥, 개성 특구 등에도 개성공업지구법과 유사한 형태의 법률이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한 당국뿐만 아니라 경협에 진출할 기업들도 법률 제정 과정에 깊이 관여를 해야 효율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투자구역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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