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부적으로 시나리오 및 대응책 준비중
[마닐라(필리핀)=강승연 기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로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며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개 시기와 빈도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제51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중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외환시장 개입 공개와 관련해 “이제까지 오래해온 제도를 바꾸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외환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면서 국제신인도 제고 등의 긍정적 효과를 위해 외환시장 개입 공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설명: 제51차 ADB 연차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 중인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오후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수행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
그는 “시장이 가장 빠른 시간에 큰 충격 없이 적응할 수 있을지에 가장 역점을 두고 (외환시장 개입 공개) 빈도와 시기,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외환시장 구조나 성숙도, 경제상황, 다른나라 사례 등을 감안해서 외환당국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남북 경제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거론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차분하고 질서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나카오 다케히코 ADB 총재와 만나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최근의 진행 상황 등을 공유했다”면서 “국제사회의 합의 등의 전제가 있기 때문에 상황을 봐야 한다. 가깝게는 북미 정상회담 추이를 보고 상황 진전에 따라서 ADB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얘기하기는 시기상조다. 차분하고 질서 있게 지켜봐야 한다”면서 “ADB 총회나 한중일 회의에서 얘기하기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북한이 ADB 등 국제기구에 가입할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시기상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김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먼저 가입해야 다른 국제기구에 가입할 수 있다”면서 “IMF에 가입하려면 경제체계에 대한 분석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보통 3년여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는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와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 부총리는 남북 관계 개선에 따른 국제신평사의 시각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WB(세계은행) 춘계회의에 참석하면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사 최고위급 관계자를 만났다.
김 부총리는 당시 회동과 관련 “3사 모두 한국의 경제 운영상황,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대단히 만족하고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서도 동감했다”면서 “한국 경제가 ‘robust’(견조)하고 한국 경제 방향이 ‘올바른 방향’(right direction)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 관계에서도 긍정적인 코멘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이 신용등급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단시간 내에 지금 정도의 남북 상황 가지고 신용등급의 상승을 기대하기보다는 조금 더 중기적으로 이런 위험 요인들을 잘 관리하고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번 워싱턴에서 볼 때는 회담 전이었으니까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긴 했지만 3사는 모두 조금 더 (남북 관계) 진전 상황을 보겠다는 분위기였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관련해서는 “‘플랜B’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추경 (국회) 통과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국회와 협의해서 정부가 원화는 대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또한 추경안에 일자리 지원뿐 아니라 기업구조조정 피해지역에 대한 지원대책이 포함돼있다며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밖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현장의 영향에 대해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연착륙을 위해 추가 재정·세제 지원을 검토해 보고 금년도 예산편성 및 세제개편 과정에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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